★ 패잔병

2011.06.27 23:27

이주희 조회 수:1077 추천:212


패잔병 / 이주희




    생사의 갈림길에서
    붙잡힌 포로는
    마스크를 쓴 그들의 요구대로
    순순히 지갑을 내놓았다

    사라짐으로 남은 저 표피 속엔
    무표정한 시선이 담긴 신분증
    세 번을 접어 감춘 지폐 한 장
    졸음을 쫓아낼 껌 하나가 들었다

    창밖엔 첫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추레한 몸을 감싼 속옷도 벗고
    군표인 냥 걸친 안경마저 벗으니
    털린 것이 너무 하찮아 보여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한 모금의 물도 허락받지 못한
    포로는 이름과 소속을 고했다
    드디어 치러지는 독방의 의식
    하나 둘 셋 넷.......
    마취 종료

    껍질을 벗고 널처럼 누운 혼
    수술실에서
    경직된 행간을 껌 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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