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장난

2010.12.10 22:48

이주희 조회 수:1189 추천:187







    불장난 / 이주희


    속옷을 뺏긴 아이는 허연 살 비듬 내리며
    까칠한 군용담요를 뒤집어쓴 채
    뒷산에서 부러지는 삭정이 소리를 듣는다
    강냉이 죽 한입 빼물고 내던져진 숟가락
    굴러가 있는 문지방 너머엔
    개미보다 작은 할머니가 양지에 앉아
    뒤집힌 옷을 들고 이를 잡는다
    배고픈 설움까지 눌러 죽이는 마른 등걸 같은 손

    무너진 성냥개비 탑에서
    기어 나온 소름이 문풍지에서 떨고 있다
    매캐한 UN 육각 통 속
    유황 머리냄새 마주하고 겹겹이 들어찬 살갗
    하나둘씩 뽑혀 나와 화형당하는 담요 안
    화르르 터지는 꽃망울 뒤로 할머니 뼈가 후르르 탄다
    설핏 들어서는 바깥바람
    죽도록 매 맞고도 안 아프다던 아이
    늙어서야 눈시울에 불 멍이 들어 아프고 뜨겁다

    -(소리비)에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 ★ 이상한 이 이주희 2011.03.12 1100
21 ○ 흔적 이주희 2011.03.08 1743
20 ◈ 선물도 철들어야 이주희 2011.03.03 1365
19 ★ 신묘(辛卯年) 아리랑 이주희 2011.02.08 1405
18 ★ (大) 이주희 2011.02.05 1164
17 ○ 옹달샘 이주희 2011.01.29 1079
16 ○ 점점 점 이주희 2011.01.19 1325
15 ★ 토끼동네 이주희 2011.01.05 1178
14 ○ 나이아가라 폭포 이주희 2010.12.27 1453
13 ★ 폭우 이주희 2010.12.22 1224
12 ★ 12월 [1] 이주희 2010.12.13 1473
» ○ 불장난 이주희 2010.12.10 1189
10 ○ 세밑 고속도로 이주희 2010.12.01 1125
9 ○ 낱알 넷 이주희 2010.11.09 1201
8 ○ 올가미 이주희 2010.10.14 1566
7 ○ 박 꽃 이주희 2010.10.14 1142
6 ○ 고기 굽는 시인 이주희 2010.10.11 1197
5 ♣ 배추 흰 나비 이주희 2010.09.22 1821
4 ○ 선 (線) 이주희 2010.08.01 1503
3 ◈ 엄마의 방 이주희 2010.07.28 2306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8

오늘:
18
어제:
50
전체:
284,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