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켓 가던 날
2015.06.03 08:59
마켓 가던 날 / 이주희
주차하려는 자리 웅크린 지뢰
빈 병에 숨어 있다
다른 곳에 차대고 내려서자마자
운동화 밑창 잡고 늘어지는 껌
아무렇게 벗어던진 껌 싸게 모양
널려 있는 쇼핑카트 하나 밀며 간다
스치는 옷깃 인연
안녕하세요
다른 곳만 쳐다본다
순대 포장한 것 없나요
고개만 젓는 묵언수행 아줌마
하마터면 쌀 사는 것 잊을 뻔했네
되돌아가 깨까지 챙겨 담아 계산대 앞에 서서
도마뱀 꼬리 끊듯 짧은 줄 만드는데
방금 돌아선 아가씨 뒤통수에
어따대고 반말이야
세게 여닫는 돈 통 소리
빨리 저녁 지어야지
서둘러 차 안에 옮겨 넣는 찬거리
임종 보러 가시나
급정지 바퀴 비명
미안한 꾸벅도 없어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두 낯익은 모습
나도 전에 다 해 본 것 같다
잊어버려서 그렇지'
-소리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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