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투시하다 2

2005.12.25 02:33

강학희 조회 수:1350 추천:120

나를 투시하다 2 / 강학희
            -대장내시경


터널 속으로 불이 들어간다.  
캄캄한 동굴 저 아래로
번득 번득 통방울 외눈 희번득이며
굼실굼실 기어 들어간다.

덜컹, 덜컹이는 굴렁쇠
길고 어둡고 음습한 내 허기진 통로
감지된 돌출물 파헤쳐지는가
환청처럼 먼 진동, 굉음 울린다.
터널을 휩쓴다.
스스로는 배설할 수 없던
내 안에 섭생한 미움욕망분노오만의
변종세포, 폴립* 뿌리 채 도려진다

태초의 동굴처럼 가물가물 멀어있던 터널
마침내 울 엄마 하얀 옥양목 치맛자락 같은 환한 빛,
기다리고 있던 한줄기 시간이 채워진다
펄럭이는 나를 차지한다.


*polyp/용정茸腫: 체강(體腔) 벽에서 튀어나와 자라난 것.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시집 : 오늘도 나는 알맞게 떠있다 강학희 2012.11.27 1317
123 소나무 강학희 2006.02.02 1214
» 나를 투시하다 2 강학희 2005.12.25 1350
121 가장 좋은 친구 강학희 2005.12.11 972
120 Robert Frost를 열고 덮으며 강학희 2005.12.11 835
119 한국산 마늘 강학희 2005.12.11 642
118 진주 목걸이 강학희 2005.12.11 627
117 추수감사절 밥상 강학희 2005.11.18 718
116 겉살과 속살의 연관성에 대하여 강학희 2005.11.05 539
115 방생해야 할 것들 강학희 2005.11.05 640
114 마운튼 샤스타에서 강학희 2005.11.05 521
113 행복의 기억 강학희 2005.10.02 899
112 꽃과 사람-3 [1] 강학희 2005.10.02 953
111 말하기 강학희 2005.10.02 583
110 꽃눈으로 보면 강학희 2005.08.31 467
109 겨울, 고픈 사랑에 대하여 강학희 2005.08.31 653
108 국밥 한 그릇의 눈물 강학희 2005.08.07 733
107 말. 말, 말 세상 강학희 2005.08.07 413
106 밤비 강학희 2005.06.12 575
105 동그란 말 또는 생각들 강학희 2005.06.12 674
104 기忌제사를 맞으며 강학희 2005.06.12 651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1
전체:
61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