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작 메모: 행복의 기억}

2010.01.11 13:40

강학희 조회 수:8625 추천: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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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억 ♣



잠을 잘 때도
음악을 듣는

그는 아침에 눈을 뜨면
흠-, 흠- 두어번 목울대를 정돈하고
원두를 곱게 갈아 커피를 끓인다

그는 푸른 셔츠를 입기 전
틀-, 틀- 두번씩 수염을 밀어내고
낮은 콧노래로 나를 깨운다

그는 함께 떠날 때까지
탈-, 탈- 낡은 차를 데워
추위를 무던히 타는 나를 기다린다

그는 한밤중 좌판 소리에 깨어
츳-, 츳- 연민을 듬뿍 타서
인삼차 한잔을 놓아주고 간다
.
.
.
삼십년 넘는 세월
그를 다 안다고 여겼는데 생각해보면
이렇게 작은, 나를 위한
혹은 확인을 즐기는 그의 습관 밖에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가 없다면
나는 이 작은 것들이 그리워
많은 날 그의 생각에 가슴을 저밀 것이다
생각해보면 작은 일이라
결코 잊을 일은 아닌 것이다

몸에 배어 스쳐 지나가는
이런 작은 향기가 참으로 귀한 것이다
진정 아끼고싶은 행복인 것이다.






  • 시작 메모:


  • 우린 많은 경우 큰 것만 보느라 잠시만 비워도 그 부재의 공간이 썰렁하게 드러나는

  • 이런 작은 것들을 무심히 흘려 보낸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것은

  • 실상은 이렇게 아주 작은 애잔한 눈길로 자신도 잘 모를 만큼 미세한 것을 읽어주는

  • 배려가 깔린 마음일 게다.


  • 우리가 잊지못해 다시 떠올리는 추억들을 들춰보면 그 당사자나 사물에 대한 그리움이

  • 라기보다는 그러한 경험들을 함께 나눌 수 없는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피를 나눈 부모

  • 형제, 자식 또는 부부라 해도 이러한 미세한 마음의 나눔이 없다면 우린 서로에대해서

  • 끈끈한 감정의 끈을 가질 수가 없을 것이다. 또 피 한방울 나누지 않은 남이라도 이런

  • 교감을 느낄 때 우린 진한 우정으로 가슴이 울렁인다.


  • 생각해보면 작은 것이 더 아름다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조차 외로움의 한 양상일는지

  • 모르겠지만 어차피 고독은 우리 삶의 촉촉한 수분의 공급원임이랴... 이젠 작은 몸짓,

  • 작은 표현, 작은 선물등 작은 나눔들에 마음이 짜르르 몽그라지는 걸 보면 아마도 스스

  • 로 작아져 스러질 우리 모두의 안타까움이 서서히 보이는 걸 게다.


  • 나는 작은 것들이 좋다. 들꽃무리의 작은 얼굴, 풀벌레의 가는 울음, 허밍 버드의 쪼끄

  • 만 노래, 이슬방울의 순간의 반짝임, 오솔길에 비친 햇살 한 줄... 이런 작은 것들이

  • 얼비치는 조그만 얼굴들을 만날 때마다 전율에 오소소 소름이 돋고 생기가 돈다.

  • 작은 것의 아름다움에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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