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18 10:35

가을에 다녀온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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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다녀온 고향


고목은 베어졌고
까치 날지 않는
산비탈에는 잔풀들이 말라 가고
밭과 밭 사이 오솔길에는
코스모스가 넘어진 채 피어 있었습니다

조그만 방죽 뚝에는
오리 몇 마리 떨고 있었고
닫혀져 있는 사립문을
바람이 와서 흔들고 있섰습니다

삼거리 주막집 토담 무너졌고
마당을 쓸던 노파가 허리를 쉬고 있었습니다
인사를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작년부터 문 다다쓰라우"하며 돌아섰습니다

강으로 나가는 언덕
노송 높은 가지에
찢겨진 연이 바람에 부대끼고
연 날리던 친구들의 웃슴소리도
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습니다

돌아가는 강변에는
저무는 해가 갈대 위에 은색으로 누워 있었고
먼 산 위의 구름 몇 점
천천히 떠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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