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Year of 2026 (아이 마음)

2008.12.06 15:47

이용우 조회 수:2382 추천:241

어느 일요일 저녁 LA 타임스의 부동산 쌕션을 보고 있는데 그린이가 슬쩍 넘겨다 보더니,
“아빠, 왜 저 하우스는 방 보다 화장실이 더 많아?” 하고 물었다.
“응, 좋은 집들은 방 보다 화장실이 더 많아. 왜냐하면 모든 방에 화장실이 달려 있고, 응접실이나 리빙룸에 따로 화장실이 있으니까 방 보다 화장실이 더 많게 되지.”
방 세 개에 화장실 둘, 아니면 방 둘에 욕실 하나 짜리 아파트에 만 살았으니 방 보다 화장실 많은 집이 이상하게 보였나 보다.
얼마가 지나 그린이 학교에서 부모님 초청 일일 견학이 있었다.
담임 선생님의 안내로 교실을 둘러 보는데 벽면 하나에 그린이 반의 아이들 18 명이 쓴 글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In The Year 2026’ 이 제목이였다. 20년 후의 자기 모습을 가상으로 쓴 글이었다. 나는 얼른 그린이의 글을 찾아 읽었다.
-In The Year 2026, I Will Live Beverly hills light pink Mansion, 5 bedrooms and 7 bathrooms. and I have a white color hybrid Limousine....-
2026 년의 그린이는 베벌리힐즈의 방 5 개, 화장실 7 개짜리 연분홍색 맨숀에서 전기로 작동하는 하얀색 리무진을 타며 산다는 내용이었다. 아래로 내려가면 가족과 강아지, 그리고 좋은 친구들도 그 맨션 에서 벽걸이 티브이를 보며 함께 살겠다고 썼지만 어쨌던 글의 시작이 방 다섯, 화장실 일곱이어서 쿠쿠, 웃었다.
아이와 사는 일은 힘들고, 재미 있고, 짜증 나고, 우섭고, 슬프고, 즐겁고, 놀라고, 분노 하다가 인내하고, 깨우치고, 희망에 젖어 스스로 위로하고, 숙제 도와주며 내 공부도 하고, 아이 먹이느라 나도 먹고, 설거지를 끝낸 후련함과 밀려오는 고단함으로 깊이 잠들게 되는, 결국은 다달아지고야 마는 ‘득도의 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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