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

2017.12.29 02:57

이윤홍 조회 수:7844

 모어母語

                                                                                이윤홍

 

와 어 사이에 칼을 숨겼다

타국他國의 수많은 외래어들 사이에서

문득 가 낯설어 보이는 순간

날카로운 칼끝으로 의 심장을 찌를 것이다

붉은 피 한 방울 뚝- 떨어지면

그 옛날 내 정신에 박혔으나

흐릿하고 느슨해진 그 소리 그 뜻

다시 올곧게 잡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타관他關에서의 내 일상어는

삶의 굴레를 돌려야하는 외래어이어도

나를 나답게 지탱하는 것은 오직 나의 모어母語뿐이니

나 때때로 이국의 언어에 정신 놓을 때마다

와 어 사이에 숨긴

내 마음속 한 자루 서슬 퍼런 칼

손등의 심줄 툭- -불거지도록 움켜잡으면

고향을 떠난 한 세상 외지에 묻혀도

모어母語를 품은 맥박은 뜨거워

가나다라 바른 소리*

내 무덤 앞 자랑스런 비문으로 우뚝 설 것이다

 

 

*바른 소리: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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