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8
어제:
255
전체:
4,969,070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1.04.09 02:04

잠수종과 나비

조회 수 497 추천 수 6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2011-3)


이 작은 창으로도
전신 마비된 세상이 훤히 보이네
늘어진 입술 밖으로 흘러내리는 침은
바다를 먹고 산 마지막 수액
가슴이 넓고 오색 빛깔이 고운
두 쌍의 날개가
이제야 허물 벗는 소리 들리네
E, S, A, R, I, N, T, U, L**
깜빡
천국의 알파벳이 유서처럼 들릴 때마다
O, M, D, P, C, F, B, V**
깜빡,
잠수종을 짊어진 나비 한 마리
H, G, J, Q, Z, Y, X, K, W**
깜빡,
거대한 감옥을 지고 날아가네
창살을 뚫고 나가는 수만 마리의 기억들이
상실의 악보를 쓰고 있을지라도
내게 탑재된 미사일을 쏘아 볼게
심해의 바닥은 비상을 위한 활주로여서
내가 나비였다는 사실, 을  
이제야 말 할 수 있네
뒤돌아보는 나비 한 마리
결코 그리 거대한 사건이 아니었다네
눈동자만한 창 하나 소리 없이 닫는 것
그대여, 가끔은
자유로이 갇히는 부드러운 감옥을 짓기를
그대여, 오늘도
수많은 나비와 함께 있기를


* 줄리앙 슈나벨의 영화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 언어치료사가 고안한 알파벳 순서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제3시집 알래스카 1 이월란 2016.08.15 96
57 제3시집 오래된 단서 / 해설 (유성호) file 이월란 2016.08.15 100
56 제3시집 오래된 단서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65
55 제3시집 경매 이월란 2015.03.30 152
54 제3시집 저녁의 내력 이월란 2015.03.30 141
53 제3시집 벽거울 이월란 2014.05.28 377
52 제3시집 당신을 읽다 이월란 2014.05.28 429
51 제3시집 요가 이월란 2014.08.25 315
50 제3시집 처서 이월란 2014.08.25 344
49 제3시집 가을 학기 이월란 2013.05.24 284
48 제3시집 언다큐멘티드 에일리언 이월란 2012.08.17 451
47 제3시집 세일즈 전화 이월란 2012.08.17 354
46 제3시집 개 같은 4 (견공시리즈 124) 이월란 2012.08.17 232
45 제3시집 변경 이월란 2012.05.19 305
44 제3시집 이 남자 2 이월란 2012.04.10 240
43 제3시집 이월란(移越欄) 이월란 2012.02.05 510
42 제3시집 노을 3 이월란 2012.01.17 300
41 제3시집 복사기 이월란 2011.12.14 317
40 제3시집 인형의 눈 이월란 2011.09.09 465
» 제3시집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 2011.04.09 49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