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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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21.08.16 14:23

야경 찍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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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19-4)

 

 

어두워지기 전 어둠에 당도할 것

복사지 같은 어둠을 섣불리 밟지 말 것

어둠 앞에서 공평히 어두워질 것

목젖에 걸린 밤마저 토해낼 것

어둠의 살아있는 날을 세울 것

안치된 밝음 앞에 투명한 삼각대를 세울 것

어둠의 틈을 타지 말 것

지면에 드리운 나무들을 일으켜 세울 것

째깍째깍 죽어버린 시간의 시체를 환히 해부할 것

숨은 그림자엔 밝은 귀를 달아놓을 것

무성해지는 빛의 밀도에 귀 기울일 것

빛의 교미로 총총대는 아기별을 받아낼 것

별은 별 뜻 없이 빛나는 하루치의 변명

빛의 부스러기처럼 사라지는 차들의 꼬리를 밟을 것

그리하여 달아난 길들은 잘 걷어와 말릴 것

한 발의 총탄이 날아가듯

팔딱이는 밤의 심장을 겨눌 것

미끌미끌한 밤 이끼에 미끄러지지 말 것

날짜변경선에 가까이 가지 말 것

체구를 버린 작은 화소로 물을 것

마지막 질문은 아직 남겨둘 것

밤과 낮 사이 또 하나의 계절에 체온을 맞출 것

당신 앞에 한 번쯤 당신을 세워도 볼 것

셔터를 누를 땐 숨을 멈출 것

그렇게 저승의 찰나를 잠시 빌려올 것

단지 보이지 않아 그리워진 것들에 속지 말 것

오늘의 바탕화면을 켜두고 인사불성으로

어둠을 밴 사람들이 빛을 낳으러 간 사이

찰칵, 내일을 인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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