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94
어제:
255
전체:
4,969,086

이달의 작가
2021.08.16 14:26

접속

조회 수 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접속 

이월란 (2019-2)

 

어제로부터 주문한 가발을 쓰고

이역만리 장바구니에 담긴 의자에 앉는다

종일 무의식을 쇼핑했다

잃어버린 분별이 어디선가 되팔리고 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삽시간에 포장된 패스워드는

소인에 찍혀 국경을 넘나들고 있었다

여백이 가난해질수록 모니터가 부유해진다

공백이 깊어질수록 로그인이 길어진다

홀로 자라지 못하는

손끝에는 지문 대신 습관성 enter

익명의 아이디를 지나친다

결제되지 않은 계정이 하늘처럼 떠 있어

두 눈에 전원이 꺼진 적이 없다

피를 나눠가진 것처럼 오류조차 혈류가 되었다

뫼비우스의 길을 따라 비장한 회로가 돈다

아랑곳없이 무정한 세상

끈질기게 열리는 팝업창을 따라

길흉을 점칠 수 없는 방향으로 가다보면

뉴스마다 사람들이 죽어있다

바람의 네트워크가 시신을 옮긴다

시신마저 파헤치는 파렴치한 정보들

뭉클한 스릴러가 상영 중이다

손톱만한 버그가 밤새 실어온 얼굴로

걸핏하면 묻는 삭제 하시겠습니까

매일 초기화를 꿈꾸었다

빅데이터마다 구시대의 불안이 쌓인다

자동 분석된 슬픔을 삭제하고

설치된 적 없는 기쁨을 암송한다

한 번의 착오로 수없이 배달되는 표정

온오프의 수정으로 태어난 디지털 베이비가

시뮬레이션 놀이를 한다

혼신에 깃든 습관으로

모니터에 귀를 맞춘 이불을 끌어당긴다

뱀처럼 똬리 튼 전원을 밟고

조작된 세상으로 돌아온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오디오북 이월란 2021.08.16 101
1650 물병과 병물 이월란 2021.08.16 88
1649 RE: 새벽 이월란 2021.08.16 89
1648 다섯 개의 비밀 이월란 2021.08.16 79
1647 언니 이월란 2021.08.16 79
1646 안녕, 눈동자 이월란 2021.08.16 74
1645 클래스 바 (Class Barre) 이월란 2021.08.16 68
1644 바나나 속이기 이월란 2021.08.16 67
1643 오래된 가족 이월란 2021.08.16 35
1642 창세기 다시보기 이월란 2021.08.16 36
1641 공항 가는 길 이월란 2021.08.16 31
1640 토르소 이월란 2021.08.16 57
» 접속 이월란 2021.08.16 33
1638 홀수의 미학 이월란 2021.08.16 41
1637 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21.08.16 29
1636 마스크 이월란 2021.08.16 28
1635 노을 5 이월란 2021.08.16 39
1634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30
1633 동백아가씨 이월란 2021.08.16 34
1632 눈길 이월란 2021.08.16 3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