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른 요즘 어른

2016.06.05 05:33

김학 조회 수: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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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어른 요즘어른
김학

농경시대가 그립다. 가난하더라도 한 지붕 밑에서 또는 한 동네에서 3,4대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농경시대가 산업화사회, 정보화사회로 바뀌면서 경로사상도 더불어 사라졌다.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자녀들이 직장 따라 도시로 떠나 핵가족을 이루면서 노부모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향지킴이가 되었다.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도시인들은 낡은 살림도구들을 모두 버린다. 노부모도 낡은 살림도구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노인들이 애완견만큼의 대접도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하지만 그게 오늘의 현실인 것을…….
"나라 상감도 노인 대접은 한다."는 옛말도 이미 전설이 되고 말았다. 고령화사회가 되었다고 떠들면서도 그에 대한 대비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나라의 생산력이 떨어지고 복지비용은 늘어난다고 아우성이면서도 뾰족한 처방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옛날의 '고려장제도'가 다시 부활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농경시대가 그립다. 오랜 경험에서 쌓아진 노인의 지혜가 소중하게 활용되었던 농경시대가 마냥 그립다. 농사를 짓고, 아이를 기르면서 노인의 한 말씀 한 말씀이 얼마나 요긴하였던가. 그것은 진리요 규범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 시절에는 효(孝)를 으뜸의 도리로 여겼었다. 노부모를 모시고 살던 자식들은 아침마다 의관을 갖춘 뒤 문안을 드려야 했었다. 병든 노모에게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드리고, 손가락을 베어서 그 피를 부모님의 입에 넣어드렸다는 효행은 너무도 흔한 이야기였다.
"젊어서는 건강을, 늙어서는 백발을 자랑하라"던 속담도 이젠 용도폐기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노인들은 백발을 흑발로 염색하기에 바쁘다. 그렇다고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참 딱한 일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의 고사가 떠오른다. 정벌에 나선 환공이 숲 속에서 길을 잃었는데 부하 관중(管仲)이 늙은 말 한 마리를 고삐를 풀고 앞장세웠단다. 환공은 그 말이 가는 대로 따라가 무사히 숲을 빠져나왔다는 이야기다. 노인의 지혜를 이야기 할 때 곧잘 인용하는 노마지지(老馬之智)란 고사다.
세상은 너무 변했다. 중풍에 걸린 아버지를 살해하여 화장해 버리고, 병으로 신음하는 노부모를 외면하는 세상이다. 하늘도 노망이 들었는지 그런 자식들에게 천벌조차 내리지 않는다. 무너진 경로사상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때에 7년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KBS전주방송총국과 현대자동차가 공동으로 마련한 '전북의 어른 상'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로써 어느덧 4회 째라 한다. 언론인으로서 존경을 받아온 진기풍 선생이 그 상을 받게 되었다니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진기풍 선생의 수상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 분이 자기가 소장하던 수억 원어치의 서화작품과 골동품들을 고향에 기증했대서가 아니다. 평생을 언론계에 종사하면서 정론직필을 휘둘렀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여 후배들의 귀감이 되어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 언론 출신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진기풍 선생이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하면 지나친 미화라 할까?
경로사상을 드높이기 위해서라면 이런 상이 전국 각 시·도에도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다음 그 중에서 한 분을 선정하여 '한국의 어른 상'을 드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리하여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향토와 나라의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지혜를 구한다면 세상은 조금 조용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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