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밤

2016.05.23 07:01

오창록 조회 수:226

하와이의 밤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수필창작반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오창록



미국여행 7일째 되는 날 아침, LA에서 하와이로 떠났다. 호놀룰루국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타려고 새벽에 호텔을 나섰다. 그동안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유타 주 등 네 개의 주를 돌아 다녔다. 미국에 대한 첫 느낌은 한마디로 광활(廣活)하고 거대(巨大)하다는 생각이었다. 도로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농장에는 오렌지, 키위, 포도, 아몬드 등의 작물들이 우리나라의 만경평야를 연상케 하는 끝없이 넓은 벌판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 면적보다도 더 크다는 모하비사막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황량한 모래사막이었다. 몇 시간씩 달려야 인가가 나오곤 했다.

미국서부를 관광하는 동안, 미국이 자랑하는 대자연속의 요세미티국립공원, 영국BBC 방송이 선정한 그랜드 캐년과 함께, 브라이언스 캐년, 자이언 캐년과 영화의 도시 로스엔젤레스, 세계제일의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가스, 아름다운 태평양의 도시 센프란시스코 등을 돌아보았다. 여러 날의 여행길에 피곤해서 잠이 올 법도 하지만 집에서처럼 새벽에는 눈이 떠졌다. 스마트폰 카톡으로 고국에 있는 어느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제는 모하비 사막을 5시간 동안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자동차로 달려 왔습니다. 콜로라도 강가에 위치한 ‘라블린’ 이라는 카지노 호텔에 묵고 있습니다.

새벽 3시 반이 지난 이 시간 옆의 친구는 단잠에 빠져 있습니다. 아마 오늘이 월요일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잘 알 수가 없습니다. 바다건너 안골수필반과 신아문예대학 생각이 떠오릅니다. 뵈올 때까지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LA에서 하와이까지 비행기로 5시간 반이 걸렸다. 하와이의 풍습은 멀리서 손님이 오면 목걸이를 걸어준다. 20여 년 전에 왔을 때는 생화로 된 꽃목걸이를 걸어주었는데, 이번에는 조개껍질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생화 보다는 못하지만 그것도 좋다고 목에 걸고 다녔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옛날의 건물이나 커다란 수목들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그대로였다.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는 야은(冶隱) 길재 선생의 시가 떠올랐다. 20여 년 전에는 황방회 모임에서 8쌍의 부부가 왔었는데 그 가운데 4명의 남자가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당시에는 모두 건강했고 사업에도 활기가 넘칠 때였다. 이제 그 친구들은 하늘나라로 가고, 나만 이렇게 하와이를 다시 찾으니 떠나간 고인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정해진 일정을 따라야 한다. 아침에 83번 북서쪽 해안선 도로를 따라 파도가 높아 파도타기로 유명한 북서쪽 sunset beach, Turtle beach(거북바위) 중국인 모자 섬과 파인애플 농장에 들렸다.

다음 날 오민영 회원이 고등학교 때 친구가 이곳 하와이 한인회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그날 저녁에 한인회장의 초대를 받았다. 박봉룡 회장과 그 친구인 백종일 씨는 전북 군산에서 1976년에 맨손으로 하와이에 건너와 수산업에 크게 성공한 사업가들이다. 40년 만에 동창생들이 만난 것이다. 저녁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랖스타 정식을 먹었다. 그동안 동창생들이 오랜만에 만나서 그간에 쌓인 회포를 풀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와이키키 해변에 있는 유서 깊은 호텔(MOANA) Beach bar에서 술을 마셨다. 커다란 호텔 뒤뜰에 'Bech bar' 가 있는데 고개를 돌리면 와이키키 해변의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그날 밤 술에 약한 한 친구는 영화배우 안 마가렛이 이곳에서 즐겨 마셨다는 색깔이 파랗고 과일향이 나는 ‘블루하와이’ 칵테일 술에 취해서 옆 사람을 잠도 못 이루게 했다고 한다. 40년 만에 만난 친구와 우리 일행을 환대해준 하와이 제23대 박봉룡 한인회장과 그 친구 백종일 선생에게 감사를 드린다.

다음날 일정은 자유시간이었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아울렛에 들러 쇼핑도 가고, 각자가 다른 관광지를 찾아 떠났다. 우리 일행은 모두 골프를 하기로 하고 어제 저녁 한인회장이 예약해둔 골프장으로 향했다. 모두 골프채를 빌려야 하므로 어제 저녁에 한인회장이 미리 골프샾에 가서 볼, 장갑, 티, 등을 준비 해주었다. 아침에 골프장 직원이 호텔에 차를 가지고 와서 그 차를 타고 출발했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waikele contry club’이다. 차를 가지고 온 직원은 한국 사람이었고, 골프장에서 안내를 맡은 사람도 한국인이었다. 이곳 골프장에 캐디가 없고 경기하는 사람들은 2인용 전동카트를 타고 다녔다. 그린 근처까지 잔디밭을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었다.

국내에서 자기 클럽을 가지고도 잘 맞힐 수 있을까 염려를 하는데, 하물며 남이 쓰던 골프채로 잘할 수 있을지 망설여졌다. 그러나 어차피 모두들 빌린 골프채로 경기를 하니 모두가 같은 여건에서 경기를 했다. 어차피 좋은 점수는 기대할 수 없고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를 했다. 하지만 막상 처음 티박스에 올라가니 마음이 설렜다. 생각처럼 똑바로 가지 않고 헤져드나 OB 지역으로 날아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내 차례가 되어 막상 티샷을 하고 보니 그런대로 똑바로 잘 나갔다. 이제 마음이 놓였다. 우리 회원들 모두 20년 가까운 경력이 있고 오래된 사람은 30년이 다된 회원도 있었다. 클럽이 바뀌었다고 해도 모두 나름대로 노하우를 발휘해서 큰 어려움 없이 모두들 좋은 경기를 마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헤져드 바위 옆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아름답게 피었고, 공기가 맑고 푸른 이곳 하와이의 잔디는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어 행복하게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20여 년 전 하와이를 같이 찾았으나 고인이 된 친구들 생각에 힘들었던 미국여행의 마지막 날, 하와이에서의 골프는 우리를 환한 웃음에 젖어들게 했다. 또한 40년 만에 백발이 성성해서 만난 동창생들의 뜨거운 우정이 부럽고, 우리 일행을 환대해준 하와이 한인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번에 미국여행을 같이 한 회원들이 더욱 건강해서 다음에 또 다른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2016.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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