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기

2016.05.26 16:20

고안상 조회 수:5

텃밭 가꾸기

신아문예대학 금요수필창작반 고안상

4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퇴임하면서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기로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책도 읽고, 여행도 하며, 조그마한 텃밭을 일구어 채소를 가꾸면서, 여유롭게 사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삼국지를 읽었다. 퇴직하면 꼭 읽어보겠다고 벼르던 터라 10여권의 책을 며칠사이에 뚝딱 해치웠다. 그리고 사마천의 사기, 멜빌의 백경,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톨스토이의 부활 등 책읽기에 몰두했다. 그리고 건강관리가 중요하기에 아침체조와 요가를 하고, 오후에는 가까운 오솔길을 걸었다.

퇴임한 이듬해 이른 봄, 마침 가까운 곳에 조그마한 땅이 있어 포클레인을 동원하여 땅을 잘 정리했다. 그리고 어떤 채소들을 심을 것인가 결정한 뒤에 그것들을 심을 구간을 정하여 거름과 토양살충제를 뿌린 뒤에 곧바로 모종을 심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런 뒤 시장에 가서 상추, 들깨, 쑥갓, 부추, 브로콜리, 고추, 가지, 강낭콩, 호박 등 여러 가지 모종을 사왔다. 먼저 아내가 자신의 체질에 맞는 채소를 심었으면 해서 들깨, 부추, 브로콜리, 겨자를 심었다. 그리고 상추, 쑥갓, 고추, 가지, 강낭콩, 호박들을 시기에 맞추어 차근차근 심었다. 조그마한 땅이지만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채소를 좌와 우를 맞추어 심어놓았더니 아내가“군인이 열병식 하는 것 같네요.”라고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많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채소를 심으니 부자라도 된 것처럼 흐뭇했다. 이제부터는 무농약에 유기농 채소를 가족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니 내일이 기대되었다.

날마다 틈을 내어 텃밭에 가서 생활하니 몸은 조금 피곤하나 식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푸름을 더하며 변화되는 모습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모종의 뿌리가 땅에 착근이 되는 것이 중요하니 물을 가끔 주어야 한다는 이웃 아주머니 말씀에 따라 물을 주고,때로는 김을 매고, 거름을 주며 정성을 다하니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채소들이 잘 자랐다.

밭농사가 초짜인 내가 친구들과 이웃 어른들의 가르침에 따라 많은 노력을 다하지만 그래도 경험을 쌓은 분들의 실력을 쫓기란 하룻강아지에 비유될 일이다. 상추, 들깨, 부추, 가지 등 기르기 쉬운 품종은 그래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자라는데 호박이며 부로콜리 등은 처음에는 반짝 잘 자라는듯하여 마음을 놓았더니 웬걸 호박은 시들시들해지고 브로콜리는 잎만 무성하게 자라더니 그것으로 끝이었다. 쑥갓이며 고추도 웃자라거나 탄저병이 와서 고추에 검은 점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썩어버리고 겨우 몇 바구니의 고추만을 수확할 수 있었다. 원인을 알아보니 호박이나 쑥갓은 거름이 부족해서 자람이 멈추거나 웃자랐고, 고추는 농약을 자주하지 못해 그렇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터득한 것은 ‘아무나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로구나!’라는 깨달음이다. 농사도 많은 경험과 연구를 통한 과학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 같은 무경험자에게 일부의 작물이라도 수확할 수 있는 희망을 주었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아내가 좋아하는 부추, 들깨가 잘 자랐고 또 내가 원하는 상추가 잘 자라서 내년에 대한 기대를 주었다는 점이 고마울 따름이다.

내년엔 호박구덩이에 더 많은 밑거름을 주고, 모든 농작물을 심기 전에 작물과 토양의 특성에 따른 농작물 재배, 거름의 시기와 양, 병충해 방제 등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한 뒤 채소들을 가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또 중요한 것은 많은 연구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실제 작물재배를 통한 많은 경험을 쌓은 분들의 조언을 듣는 것도 명심해야할 것 같다. 조그마한 텃밭 채소 가꾸기를 통하여 실패한 것도 많지만 이에 못지않게 실패를 통하여 많은 것을 깨닫게 한 점은 소중한 경험이구나 싶다.(2016.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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