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

2016.06.02 04:53

고안상 조회 수:12

아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고안상



1976년 5월 5일 어린이날, 공휴일이라서 석산 어머니 댁에서 쉬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아침 일찍 오시어 전남 장성에 좋은 규수가 있으니 맞선을 보러가자고 하셨다. 갑자기 가자고 하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29세가 되었으니 아니 갈 수도 없어 어머니를 따라나섰다.10시 목포행 완행열차를 타고 중매쟁이, 어머니와 함께 장성으로 향했다. 규수는 장성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장성역 근처 다방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규수를 기다렸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나타난 규수는 미인이 아니라는 중매쟁이의 말과는 달리 내가 좋아하는 참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차분하고 조용한 말투가 내가 원하던 여인상이었다. 저쪽에서도 내 모습이 그리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점심을 대접하겠다는 규수 작은오빠의 제안으로 점심을 먹고 서로 집에 가서 가족들과 상의한 뒤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머니께서 처녀가 마음에 드느냐고 하시기에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가족들과 상의는 당사자인 처녀총각의 뜻이 중요하다고 부모님들께서 인정해주시어 약혼을 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양가 어른들을 모시고 약혼식을 치르고, 다음해 2월 24일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물론 그 사이에 나에게 어머니가 두 분이라는 문제를 밝히는 등 적지 않은 시련도 있었지만 서로 이해하고 감내하기로 하고 부부로서 연을 맺은 것이다.

아내는 조용하고 차분한 여자다. 또 어지간한 일이면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참으로 여자 복이 많다고 스스로 말하곤 한다. 나를 신뢰하고 믿어주는 만큼 나도 그녀를 신뢰하고 사랑해주면 행복한 가정생활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나는 두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살아왔다. 그러다보니까 아내의 사랑과 희생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의 권리만 주장하고 나의 생각에 맞추어 살아줄 것을 요구했다. 또 우리 부모님께서도 구태의연하게도 며느리로서 해야 할 일만을 강요하고 베푸는 삶에는 소홀히 하셨다.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아내는 어려운 시집에 와 결혼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 애쓰다보니 건강을 잃고 본래의 좋은 성품까지도 변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세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했고, 시어머니 두 분의 뜻을 받들고 시동생들에게 신경을 쓰다 보니 예민한 성격에 불면증이 오고 소화기능장애로 건강을 잃어 60대 후반에 이른 지금 아내의 건강은 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다. 다만 정신력이 남보다 뛰어나 어려운 건강상태를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내가 나와 결혼하여 많은 노력을 다한 결과 우리 집안의 삶은 많이 좋아졌다. 세 아들을 둔 아들부자 가정이요, 경제력도 중상 정도는 되며, 형제자매들의 삶도 괜찮은 편이니 이 모든 것은 아내의 많은 땀과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너무 복이 많은 사람이다.

어디 그뿐인가? 내가 고등학교 교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내의 내조와 희생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묵묵히 뒤에서 믿어주고 많은 후원을 해주었으니 말이다. 한때 폐병을 앓던 나의 병구완을 위해 많은 노력을 다하고 실의에 빠져있던 나에게 희망을 심어준 아내가 없었던들 나의 오늘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까?

지금 아내는 건강이 좋지 않아 너무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내가 마음고생을 시키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생시킨 미안함을 무엇으로 다 갚을까? 정말 힘들게 살아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도움을 주려 해도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서 미안하고 죄인 된 마음뿐이다. 이제와 후회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내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 그리고 항상 주님께 아내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고 기도하고 기도한다.

때늦은 후회지만 아내가 정말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음을 절실히 깨닫는다. 아내는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다.

(201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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