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 행복통장(47)]

2016.02.02 17:49

김학 조회 수:29

[김학 행복통장(47)]

팔순과 구순 어르신들을 본받으며 사는 기쁨



2015년이 가고 2016년이 열렸다.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나는 행복하다. 고희 기념으로 수필집을 출간할 때 그 제목을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뒤부터는 늘 행복이 나를 따라다니며 보살펴 주는 것 같다. 또 이른 새벽마다 컴퓨터에서 윤항기의 <나는 행복합니다>란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감상하니, 집안 구석구석에 행복이 가득 쌓이는 기분이다. 또 누구든지 내 스마트폰에 전화를 걸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윤항기의 <나는 행복합니다>란 노래가 들릴 것이다. 뜻밖에 그 노래를 들은 이들은 누구나 즐거워하리라. 이 정도이니 나를 ‘행복 전도사’라고 자랑할 만하지 않는가? 그뿐이 아니다. 나는 고희 때부터 [김학 행복통장]을 시리즈로 쓰고 있다. 지금까지 46편을 썼다. 앞으로 100편 가까이 모이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볼 생각이다.

나는 2년 전부터 90대 어르신 두 분과 안부를 여쭈며 살아가고 있다. 두 분 다 교육계에서 한 평생을 보내신 전직 교장선생님들로서 지금은 자녀들과 가까운 서울에서 여생을 즐기고 계신다. 한 분은 나의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이신 김동완 선생님이시고, 또 다른 한 분은 나를 역사 선생님으로 근무하게 해 주셨던 전주해성고등학교 이상용 교장선생님이시다.

나는 2년 전에 우연히 두 분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어 끊겼던 인연이 다시 이어졌었다.

일곱 살 때 아버지를 여읜 나로서는 이런 어르신들이 곁에 계시니 마치 돌아가신 아버지가 환생하신 듯 반갑고 기쁘다. 구순의 두 분 어르신은 나에게는 한없이 고마운 분들이시다.

이상용 교장선생님은 나를 교단에 서도록 해 주신 분이다. 그런데 그때 커피 한 잔 자장면 한 그릇 대접하지 못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사람의 도리라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그 학교에서 한 학기 근무하고 방송국으로 일터를 옮겼다. 방송국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견문이 넓어진 나는 이상용 교장선생님에게 몹시 죄송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김동완 선생님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봄에 서울로 떠나셨고,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을 하셨던 분이다. 두 분에게 나는 나의 수필집들을 보내드렸다. 그랬더니 두 분 모두 고맙다는 전화를 주셨다. 두 분은 지금도 전화를 하실 때면 나에게 꼭 존댓말을 쓰신다. 말씀을 낮추시라고 번번히 말씀 드려도 바뀌지 않는다. 나는 두 어르신한테서 손아랫사람에게도 반말을 하지 말라는 무언의 가르침을 받는다. 두 어르신에게 명절이라고 조그만 선물을 보내드리고 가끔 책을 보내드리기도 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전화를 주신다. 나는 그 어르신들로부터 사람의 도리를 배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또 행복을 느낀다.

나는 지금도 늘그막에 교단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2001년부터 시작했으니 꽤나 오래 되었다. 그 강의실에서는 70대와 80대 어르신들을 만나기도 한다.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에는 80대 어르신들이 여덟 분이나 계신다. 새해들어 79세이시던 두 분이 팔순 고개를 넘으셨기 때문이다. 40명 가까운 수강생 중 이들 80대 어르신들이 마라톤의 선두그룹처럼 열심히 수필을 쓰시기 때문에 나머지 70대와 60대들이 헉헉거리며 그 어르신들 뒤를 따라가기에 바쁘다. 그 80대 어르신 중 김길남 어르신은 7년 동안 잇따라 해마다 한 권씩 이미 7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셨고, 이수홍 어르신은 4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셨다.

그밖에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에는 수강생 중 가장 연장자이신 정원정 어르신이 계신다. 정읍에서 전주까지 다니시는 정원정 할머니는 글 솜씨가 뛰어나 목포문학상 수필부문 대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에 당선하기도 하tu서 행촌수필문학회의 명예를 크게 드높이셨다. 80대 어르신이 신춘문예에 도전한 역사도 없을 뿐 아니라 당선된 예도 없다. 정원정 어르신 때문에 신춘문예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상황이다.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인간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내 이웃에 계시는 이 8,90대 어르신들이 더 건강하시고 더 치열한 창작활동으로 수필문학의 영토를 더욱 넓혀 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어르신들을 모시고 그분들의 말씀과 행동을 본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나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2016.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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