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 행복통장(48)]

2016.02.05 13:39

김학 조회 수:11

[김학 행복통장(48)]

온고을 전주에 사는 행복

후백제의 수도였던 전주에 사는 것은 행복이다. 다른 광역시처럼 도시 규모가 크지 않아서 좋고, 시‧서‧화(詩‧書‧畵)와 국악의 본향인 예향(藝鄕)이어서 좋으며, 먹을거리가 다양한 음식의 고장이어서 좋다. 인간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걷기운동이 필수라는데, 내가 사는 전주는 걷기 좋고, 걷고 싶은 산책길이 많아서 좋다. 천년고도(千年古都)로서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답게 발길 닿는 곳마다 유적이 많아서 좋다.

내가 사는 곳, 전주는 재난이나 재해가 없는 평안한 도시여서 온고을이라고도 부른다. 전주는 살기 좋은 도시다. 짬이 날 때 시내버스를 타고 교외(郊外)로 나가면 계절 따라 아름다운 농촌풍경이 펼쳐지고, 맛좋은 음식점들이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굳이 기차와 배 또는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볼거리, 놀 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 등이 푸짐해서 좋다.

어느 날, 시내버스를 타려고 우리 동네 안골승강장으로 나갔다. 그곳엔 늘 긴 의자가 놓여 있다. 무심코 그 의자에 앉아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엉덩이가 뜨뜻했다. 왜 이리 따뜻하냐고 물어보니 전주시가 시민을 위해 발열의자(發熱倚子)를 설치해서 그렇다고 한다. 발열의자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알아보니 겨울철이면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따뜻하게 앉아서 기다릴 수 있도록 새로 가꾼 의자라는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지금은 전주 시내 44개 승강장에 50개의 발열의자를 설치했단다.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시민이 낸 세금을 시민의 편익을 위해서 이렇게 사용한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이런 도시에서 이런 대접을 받으며 사노라니 참으로 행복할 따름이다.

혹시 다른 도시에 사는 분들도 ‘동네복지’라는 말을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이 ‘동네복지’는 전주시가 창안하여 다른 도시로 전파되었다는 신조어(新造語)다. 우리나라의 복지 패러다임을 바꾸었다니, 전주시민으로서 얼마나 자부심을 느끼며 자랑스럽겠는가?

‘동네복지’란 동네 주민 스스로 이웃을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복지를 일컫는 말이다. 촘촘한 그물망 복지시스템인 전주형 동네복지는 복지플래너가 찾아가는 원스톱 통합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동(洞) 단위의 병원, 종교, 사업가, 시민운동가 등이 참여하는 동 복지위원회를 통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계층의 주거는 물론, 환경·위생문제까지도 해결하는 등 인간적인 도시, 전주를 만들려는 핵심적인 정책이다.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전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도시가 되겠는가?

가족제도가 바뀐 지도 오래 되었다. 대가족제도가 핵가족으로 바뀌더니, 지금은 노부부만 사는 ‘2인 가족’으로 바뀌었고, 그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뜨면 ‘1인 가족’이 되기 마련이다. 지금은 ‘1인 가족’ 가구가 ‘2인 가족’ 가구를 웃돌고 있다는 통계다. 이렇게 혼자 사는 ‘1인 가족’을 보살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동네복지’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신문이나 방송에서, 홀로 살던 노인이 세상을 뜬지 오랜 시일이 흐른 뒤에 알려졌다는 슬픈 뉴스를 보곤 했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런데 우리 전주에서는 ‘동네복지’ 등 촘촘한 전주형 복지시스템이 잘 가꾸어져 있어서 앞으로 전주에서는 그런 슬픈 뉴스를 듣거나 보지 않아도 되려니 싶다.

전주는 사람냄새가 나는 정답고 살맛나는 도시로 변하고 있어서 흐뭇하다. 이런 ‘동네복지’는 더욱 발전하리라 믿는다. 내가 사는 도시, 전주가 ‘동네복지’의 선두주자라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도시라면 나의 노후를 안심하고 맡겨도 좋지 않겠는가? 이웃사촌이란 말이 실감나는 도시가, 바로 내가 살고 있고 또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전주다.

농경사회시절의 농촌마을은 ‘동네복지’가 잘 된 곳이었다. 동네 사람들의 결혼이나 회갑 등은 마을 주민축제였고, 동네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그 장례식 역시 온 동네사람들이 자기네 일처럼 도왔다. 동네사람들은 애경사에 필요한 참기름, 계란, 두부, 콩나물 등 농산물을 부조하여 행사를 잘 치르도록 도와주었다. 참으로 인정미가 넘치는 삶이었다.

‘동네복지’를 시작한 전주는 그리운 농경사회시절의 정다운 동네모습을 부활시킬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얼마나 사람 사는 것 같은 동네가 되겠는가?

나는 인정이 넘치는 고장, 전주에 사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 ‘사람의 도시, 품격의 전주’를 구호를 내건 전주는 전주정신을 정립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대한 도시’를 꿈꾸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려고 노력하는 전주는 오랜 역사와 문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다. 전주는 사람이 사는 도시, 사람이 살고 싶어 찾아오는 도시가 되려니 싶다. 내가 사는 도시 전주가 프랑스의 파리와 베르사이유, 영국의 런던, 이탈리아의 밀라노, 스페인의 바로셀로나처럼 세계적인 위대한 도시로 탈바꿈하리라 기대한다.

그러니 나는 전주의 하늘과 전주의 땅이 좋고, 전주에 사는 정다운 사람들이 좋다. 전주에 사노라면 전주의 나무들이 내뿜는 맑은 산소를 호흡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전주에 사는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좋다. 아, 전주가 좋다. 전주가 좋다. 내가 사는 전주가 참으로 좋다.

(2016.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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