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기

2016.01.16 11:12

이진숙 조회 수:272

에그 타르트와 초콜릿무스

-포르투갈 포르토와 리스본 여행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발밑으로 파란하늘, 그리고 대서양이 한 눈에 들어왔다. 마치 하늘과 바다가 하나인 양. 음습하고 차가운 에딘버러를 빠져나와 따뜻하고 맑은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했다. 마음이 상쾌하니 덩달아 몸도 가벼워졌다. 입국심사대를 빠져 나올 때의 불편한 심기를 뺀다면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이 나라도 역시 EU국가이기에 우리가 감내해야 되는 몫이었다. 이런 불편함은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모두 털어 버렸지만.

렌트한 자동차를 타고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니 조금 전의 불쾌했던 감정은 어느 덧 사라졌다. 비가 내렸다가 갠 듯 바로 눈앞에 커다란 무지개가 줄곧 우리를 따라오면서 환영 해주는 것 같았다. 세 시간쯤 달려 드디어 처음 목적지인 포르토에 도착했다. 이곳은 가고 싶은 곳을 두 발로 갈 수 있는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대서양으로 흐르는 도우로강 하구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에, 강을 가로지르는 ‘돔 루이스Ⅰ세’ 철교가 172m의 길이에 아치형으로 세워져 주변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프랑스 화가인 ‘모리스 위트릴로’가 불우한 시절을 지나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여 그렸던 파리의 어느 빈민가 골목을 그린 풍경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강변 언덕에 끝도 없이 펼쳐졌다.

숙소 주인이 알려준 음식점을 찾아 오르고 또 오르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길을 올라가니 허름한 음식점이 나왔다. 그야말로 동네 음식점이었다. 우리 같은 동양인을 처음 보는 듯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아직은 저녁식사 시간이 아니고, 지금은 술을 파는 시간이란 말에 시계를 보니 7시였다. 그들의 저녁식사시간은 8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우선 와인을 시켰다. 물론 동네 음식점이니 영어로 된 메뉴판이 있을 리 만무했다. 냉장고에 가서 손짓을 하며 주문한 화이트 와인을 한 잔 마셨다. 이곳 포르토는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단다. 특히 디저트 와인으로 달짝지근한 것이 나처럼 술을 못 마시는 사람에게도 유혹의 손을 내밀었다.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손을 잡은 나는 한 잔 마신 술로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거리를 지나다니다가 식료품가게의 쇼윈도를 보니 놀랍게도 돼지머리 돼지 귀 등, 우리나라에서나 봄직한 재료들이 걸려 있었다. 이곳 음식점의 대표 메뉴는 밥이 빠진 돼지국밥처럼 생긴 음식이었다. 마침 그곳 손님 중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친절한 현지 청년의 도움으로 맛있는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었다. 먹는 내내 앞치마를 두른 안주인이 계속 우리에게 맛이 어떠냐고 묻는 것 같아, 무조건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들며 ‘따봉’이라고 하니 무척 좋아했다. 후식으로 아주 부드럽고 달콤한 초콜릿 무스와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고 기분 좋게 나왔다.

평범한 영어 선생님이었던 영국인 ‘조엔 K 롤랭’이 쓴 ‘헤리 포터’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그녀는 물론 돈 방석에 앉았지만 또 하나 유명해진 책방이 있었다. 그 이름은 ‘자유의 광장’ 부근에 있는 ‘렐루 서점’이다. 번화가도 아닌 곳에 있는 서점에 들어가는데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야 될 정도로 유명한 관광의 명소가 되었다. 물론 내부도 여느 서점과는 달리 고색창연한 나선형 계단이 압권이었고, 관광객들로 인해 발 디딜 틈마저 없었다.

포르토 시내를 걷는 내내 건물 외벽에 그림이 그려진 파란색타일이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즐레주’라는 일명 푸른색 타일 장식이 많았다. 특히 포르토 시내에 있는 아주 작은 역인 ‘상벤투 역’은 벽장식이 온통 ‘아즐레주’로 되어 있어 보는 이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다시 리스본으로 돌아오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렸다. 여행 내내 여러 차례 고속도로를 달리며 휴게소와 주유소에 들렀었다. 우리나라에도 Self주유소가 많이 생기긴 했지만 대부분 친절한 주인이 주유라는 방법을 알려 주거나 직접 주유해주는 곳도 많은데, 이곳은 그야말로 진정한 Self주유소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는 이곳에 비하면 백화점 수준이다.

리스본에 도착하여 숙소를 찾으니 6층이란다. ‘아이쿠! 큰일 났군.’ 좁고 가파른 계단을 헉헉거리며 올라가니 다행히 숙소가 마음에 들고 창밖의 풍경도 아름다웠다.

이곳도 소매치기가 많다고 특별히 조심하라며 Day ticket을 판매하는 주인의 친절한 경고를 들으며 이제는 여행 막바지이니 돈도 별로 남아 있지 않아 조심할 것도 없다며 서로를 바라보고 웃었다. 리스본도 ‘테주 강’의 끝 쪽에 자리 잡고 바로 강물이 대서양과 합쳐지는 곳이기에 밀물과 썰물을 볼 수 있단다.

유럽은 도시마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트램’을 운행하는 곳이 많았다. 특히 리스본은 내부가 목조로 되어있는 아주 오래된 트램도 여전히 운행 중이었다. 그리고 Day ticket이라는 하루를 쓸 수 있는 승차권을 구입하면 버스, 트램, 또는 지하철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어 참 편리했다.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포르투갈, 그러나 지금은 유럽의 변방으로 밀려난 곳이기도 하다. 그때의 영광을 보여 주듯이 바닷가에는 마치 바벨탑을 연상하게 하는 거대한 탑이 멀리 대서양을 향해 서 있었다. 해양 왕 ‘엔리케’가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다시 세계정복을 꿈꾸듯이 바닥에는 세계지도가 새겨져있다.

‘발렘 지구’에 있는 ‘제레니모스 수도원’에 가기 위해 트램을 탔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젊은 관광객들의 고개가 일제히 오른편으로 쏠리는 것을 보았다. 파랑색 어닝(햇볕가리개)이 있는 오래된 가게였다. 나중에 들으니 역사가 무려 170여년이나 된 제과점으로 에그 타르트가 가장 유명하다고 했다. 우리도 젊은이들이 몰려오기 전에 미리 가서 맛을 보자며 수도원에 가기 전에 가게로 들어가 에그 타르트 먹었다. 역시 입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수도원을 구경하고 바로 옆에 있는 교회에 들어가 ‘바스코 다가마’의 무덤도 보고 나오니 에그 타르트 가게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다란 줄을 보며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발렘 탑’에 올랐다. 3층으로 되어 있는 이 탑은, 1층에는 정치범 수용소로 19세기 초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죄수들이 있는 1층은 밀물 때는 물이 턱까지 올라 자연스럽게(?) 물고문을 할 수 있었다고 하니, 왕권시대나 독재시대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뜻이 맞지 않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형벌은 처참하기까지 했다. 1층에서 물고문에 신음하는 이들이 있는 2⦁3층은 귀족들이 살고 있었다니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여행의 마지막 밤을 리스본의 야경을 보는 것으로 정했다. 좁은 골목과 가파른 언덕을 숨이 턱에 차게 올라 간 곳은 리스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상 조르제성’이었다. 그곳에서 내려다 본 리스본의 야경은 황홀했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그곳을 항해하는 배들이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황혼녘의 바다는 황금빛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길다는 ‘4.25다리’, 또 다리 맨 끝에는 그간의 여행과 앞으로의 일들을 축복이라도 하려는 듯 양팔을 벌려 서 있는 ‘예수 상’의 모습이 어렴풋하게나마 눈에 들어왔다.

늦은 밤까지 짐을 챙겼다. 밤은 깊어지는데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니, 아름다운 포르토의 철교와, 강변언덕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아주 작은 집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입에서 살살 녹는 듯했던 초콜릿 무스, 달콤한 맛이 일품인 에그 타르트, 코끝에 진한 향기를 남겼던 에스프레소 커피가 혀끝을 간질이고 있다.

이번 여행으로 내 마음 속 추억의 책이 많이 두툼해 졌다. 이 행복한 마음을 오래 오래 간직하며 언제나 곁에서 같이 해 준 가족들에게 진한 감사의 정을 느낀다.

(201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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