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랑하고 싶은 것 두 가지

2020.12.30 01:25

김학 조회 수: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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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랑하고 싶은 것 두 가지

김 학










내게도 자랑거리가 있을까?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수필가로서는 금기시 하는 게 자기 자랑이다. 설혹 자랑거리가 있어도 그걸 떠벌려서는 안 된다. 반백년 동안 수필과 더불어 공생(共生)하면서 터득한 게 바로 그 점이다. 비록 자랑거리가 있어도 그걸 들춰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그런 버릇이 생활화되기에 이르렀다. 내게도 자랑하고 싶은 게 있을까?

내가 수필 강의를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다. 내가 KBS에서 정년퇴직을 한 2001년 9월부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수필창작과정을 개설하여 강의를 시작했었다. 그러다 고희를 남기자 그만두고, 2015년 3월부터는 신아문예대학에서 수필창작과정 강의를 하고 있다.

처음 수필 강의를 시작하면서 다른 곳과 어떻게 차별화하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칭찬거리 찾기’와 ‘우리 집 10대 뉴스 쓰기’를 창안해 냈다. 강의는 매주 1회씩 하게 되는데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수강생들에게 칭찬거리를 찾아 발표하도록 했었다. 칭찬의 대상은 제한하지 않았다. 1주일 동안에 칭찬거리를 찾아서 그 중에서 가장 좋은 내용을 발표하도록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마지못해 칭찬거리를 발표하는 수강생들이 있다. 신문이나 잡지를 오려 와서 읽는 이들도 있고, 칭찬거리를 찾지 못했다고 머리를 긁적이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좋은 칭찬거리를 발표하여 박수를 받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그 소재로 수필을 써보라고 권한다. 대개 그렇게 하여 빚어진 수필들은 좋은 수필이 되기도 한다. 칭찬거리 찾기는 좋은 수필 소재를 발굴하고자 하는 훈련방법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칭찬거리를 찾다 보니 이제 칭찬거리가 보인다고도 한다. 가족에게, 친척에게, 친구에게, 동료에게, 이웃에게 칭찬을 하다 보니 인간관계가 좋아지더라고 한다. 사람뿐만 아리라 식물과 동물 그리고 자연까지 범위를 넓혀 칭찬거리를 찾으라고 선심을 쓴다. 좋은 수필소재를 찾고 이웃과의 관계도 좋아지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닌가?

칭찬경영이란 말이 있다. 직장에서 아랫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고 꾸짖기만 하는 것보다는 아랫사람을 칭찬하여 사기를 진작시키는 게 효율적인 경영이라는 이야기다. 사기가 높아져야 더 능률을 올릴 수 있을 게 아닌가? 꾸준히 칭찬거리 찾기를 하다 보니 지금은 거의 모든 수강생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우리 집 10대 뉴스」쓰기다. 해마다 연말이면 신문이나 방송은 국내외 10대 뉴스를 선정하여 발표하곤 한다. 나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국가를 축소하면 가정이다. ‘국내 10대 뉴스’를 축소하면 「우리 집 10대 뉴스」가 될 게 아닌가? 「우리 집 10대 뉴스」를 정리해 보면 우리 가족의 역사를 정리하게 된다. 그 「우리 집 10대 뉴스」를 인쇄하여 문방구점에서 구입한 파일북에 넣어두니 기억의 한계를 뛰어넘어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 수강생들에게 가족신문의 편집국장 입장에서 10대 뉴스를 선정하고 육하원칙(六何原則)에 따라 간략한 설명을 붙이라고 권한다. 그런데 어떤 수강생은 뉴스의 중요도에 따라 뉴스 순서를 정하지 않고 1월에 있었으니 1번, 2월에 있었으니 2번, 3월에 있었으니 3번식으로 10대 뉴스를 선정하기도 한다.

「우리 집 10대 뉴스」를 제대로 기록하려면 1월부터 12월까지 우리 가족들에게 있었던 좋은 일과 나쁜 일을 기록해 두어야 빠뜨리지 않고 제대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 뒤 12월 중순쯤에는 아들과 딸, 며느리와 사위 그리고 손자와 손녀들로부터 뉴스거리를 제공받아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보내준 뉴스거리를 펼쳐놓고 뉴스의 중요도에 따라 1번부터 10번까지 선정하고 설명과 증빙사진을 붙이면 ‘20**년 우리 집 10대 뉴스’는 마무리된다.

10대 뉴스가 선정되었다고 그 열 가지만 기록하면 재미가 없다. 그러니 가는 한 해를 총괄적으로 요약하여 서두에 넣고, 말미에는 한 해를 보내면서 돌이켜 보는 총평과 더불어 새해에 대한 소망을 간략하게 기록하여 결미로 붙이면 좋다.

「우리 집 10대 뉴스」는 우리 가족사(家族史)를 정리하는 일이다. 1년 열두 달 우리 집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 중에서 뉴스 가치가 큰 것 순으로 열 가지를 골라 정리하면 된다. 손자손녀가 언제 어느 병원에서 태어났고, 어머니가 언제 돌아가셨으며, 작은아들이 미국에서 언제 컴퓨터공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큰아들이 언제 승진했으며, 딸이 언제 교사가 되었는지 「우리 집 10대 뉴스」를 펼쳐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래서 나라나 회사마다 역사를 기록하는 게 아닐까?

나는 「우리 집 10대 뉴스」를 기록하는 걸 나무에게서도 배웠다. 나무는 해마다 자기 몸에다 문신처럼 나이테를 새긴다. 나무는 말도 못하고 문자도 모르지만, 자신의 살아온 역사를 나이테란 기록으로 남긴다. 그 나이테를 보면 그 나무의 나이가 몇 살이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 수가 있다.

나는 앞으로도 「우리 집 10대 뉴스」를 꾸준히 기록할 것이고, 가능하다면 후손들에게도 그 기록정신을 물려주고 싶다. 해마다 연말이면 아들과 딸들에게 자기 집의 ‘10대 뉴스’를 선정하여 보내달라고 하고, 그 뉴스 중에서 뉴스의 크기에 따라 10가지를 선정하여 정리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김학 집안의 가족사>는 차곡차곡 기록으로 쌓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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