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저녁

2004.01.04 07:38

최승은 조회 수:247 추천:9

기다리고 기다렸던 눈이 결국 이제서야 느즈막한
저녁에 옅은 어둠을 타고 오고 있다.
우리 세 아이들의 정성어린 기다림을 외면한 듯
싶더니, 어느 새 내일로 다가온 개학을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못하게 냉동시킬 작정으로 커다란 눈송이들이
시카고 상공을 채우고 남아 철철 넘쳐
사방팔방으로 마구 흩어지며 방향 잃은 사춘기 소녀의
눈빛처럼 쏟아진다.

거의 두 주간 비워 두었던 집에 돌아와
ambient temperature로 집 안 공기를 데워 놓고 나니
창 밖의 겨울 모습이 나와는 너무 먼
세계의 사건인양
눈으로 바라 보면서도 마음은 몇 발자국 뒤에 서 있다.
그 날 오후,
오랜만에 들은 너의 목소리
많이 반가왔고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
sensibility 와 sensitivity의 사이를
조심스레 밟고 살아가는 우리 세대의 삶
지나간 시간들이 거울이 되고
잊혀졌던 꿈들이 새로운 소망으로 탈바꿈이 되고
잃어 버릴 수 없는 기억들이 내일을 제작해 주는 지혜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체험처럼
앞으로 지속되는
나눔이였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우리가 숨쉬는 하루의 현실 속에 언제나 같이
하시는 조물주의 뜻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카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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