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ELF 초점 인터뷰

2004.07.30 02:09

마이셀프 김경남 기자 조회 수:852 추천:28

MYSELF 초점인터뷰


멋진 인생을 디자인해 주는 ‘라이프 코치’

절망의 순간에 찾는 최후의 인생 설계사
라이프 코치(Life Coach) 미미 박(Mimi Park)

<전문>

국내에서는 아직 그 흐름이 미비하지만, 9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자신의 가치나 의미가 한층 중요해지면서 개개인의 상담을 해주는 직업이 인기를 끌었다. ‘Life Consultant(인생 컨설턴트)’ ‘Self Success Counselor(인생 성공상담인)' 'Self Improvement Consultant(자아 개발 컨설턴트)’ 등 그 명칭도 다양하다. 특히 코칭을 통해 사람들의 문제와 고민을 해결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풀지 못하는 퍼즐의 빈칸을 채워주는 ‘Life Coach(라이프 코치)’는 신종 직업으로 세계적으로 커다란 각광을 받고 있다.

한인 1.5세로서 미국 내에서 전문 라이프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미미 박(Mimi Park)을 만나 그녀의 일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본문>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은 데가 있지만,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독특하게 불행하다.’ 이미 130여 년 전 톨스토이는 자신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제각기 다른 이슈로 불행을 겪는 인간의 모습을 짚어낸 적이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다소 추상적인 질문에서부터 ‘어떻게 자녀를 교육할 것인가’와 같은 구체적인 삶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인생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난제들은 삶을 지치게 하기도 하고, 때때로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기도 한다.


물론 이런 문제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의·식·주의 문제와 다른 차원에 놓여있다. 그러나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쯤 맞닥뜨릴 수밖에 없으며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미국에서 2년째 라이프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미미 박은 바로 그 순간에 필요한 사람이다. “삶의 다양한 문제를 잘 대처해 나간다면 인생은 윤택해지지만,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실타래처럼 엉켜버릴 수밖에 없다. 마음속 깊이 앙금처럼 가라앉은 모든 찌꺼기를 내게 모조리 쏟아내면서 사람들은 안정을 찾고, 서서히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 라이프 코치라는 직업이 낯설다. 어떤 일을 하는가.


쉽게 말해서 인생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색깔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골드칼라 세대가 등장하면서 90년대는 ‘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시대였다. 미국에서 라이프 코치가 생겨난 것도 바로 그 즈음이다.


‘나’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인생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수업은 거의 없다. 라이프 코칭(Life Coaching)은 ‘나’에 대해 알아가는 수업과 같다.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고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안다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인생에서 겪는 시행착오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운동선수가 시합에서 그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끔 곁에서 코치가 꾸준하게 도와주는 것처럼, 라이프 코치는 사람들이 인생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그렇다면 코칭이 일반적인 상담이나 카운슬링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라이프 코칭은 상담을 통한 카운슬링(Counseling)뿐만 아니라 컨설팅(Consulting)이나 맨토링(Mentoring)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자유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를 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를 목적으로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만나는 환자와 임상심리학자의 관계보다 친구 사이에 느

낄 수 있는 친근감이 더 강하다. 나 역시 나를 찾아오는 고객들을 환자가 아니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훈련된 코치는 고객의 우뇌에 속하는 직관의 힘을 기르게 하며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처를 치유하는 맡 작업을 한다.  

그래서 내가 항상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왜(Why)’가 아니라 ‘어떻게(How)’라는 것이 중심이다.

이것은 카운슬링과 코칭의 커다란 차이점이기도 한데, 카운슬링이 원인을 찾기 위해 과거를 돌이켜보는 과거지향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라이프 코칭은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현재와 미래를 지향하는 것에 더욱 초점을 둔다.




* 인생에서 전문적인 코치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주위사람 중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사람들은 그에게 충고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충고는 어디까지나 충고일 뿐,어떤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대로 이끌어주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조언이나 충고를 할 경우 대부분 상대방을 위로하는 것이 곧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상대방과 연관된 자신의 입장에서 조언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나 정에 이끌려 반응하기 쉽다. 게다가 그 조언은 조언자의 이슈나 그가처한 심리적, 환경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어서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또한 문제를 겪는 당사자들은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고기는 자신이 물에 젖은 줄 모른다는 말처럼 ‘나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잘 훈련된 라이프 코치는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을 했고, 다양한 임상경험과 전문 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상대방이라도 객관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다.



* 어떤 사람에게 라이프 코칭이 필요한가.


라이프 코칭이 필요한 사람들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나 가족 간에 갈등이 있을 때,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이민이나 조기유학으로 문화적인 갈등을 느낄 때 그리고 사업을 확장하고 싶지만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할 때에도 라이프 코칭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생에서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모든 문제들과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고 싶을 때 코칭은 커다란 도움이 된다. 라이프 코치는 고객에게 단순히 조언을 제공하는 단계에서 관계를 끝맺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설정한 구체적인 목표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도록 고객과 함께 노력한다.



   <중제> 심리치료와 라이프 코칭은 일반외과와 성형외과의 차이


워싱턴 포스트 지에 따르면 라이프 코치는 전 세계적으로 현재 약 2만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장인이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해소법부터 거짓말 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엄두가 안나는 새로운 비즈니스 플랜을 수립하는 것까지 라이프 코치가 상담해 줄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야말로 삶의 모든 이슈가 코칭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라이프 코치가 인생 전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가 아니기에 열린 자세로 상대방을 대할 수 있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당사자의 삶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초의 라이프 코치로 알려진 토머스 리오나드 (Thomas Leonard)는 ‘라이프 코칭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라이프 코치 중 상당수는 전직 심리학자나 상담 전문가 출신이 많다. 미미 박 역시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탈봇 신학대학원을 수료했고, 페퍼다인 대학원에서 임상 심리학 석사를 받았다.

현재는 뎁스 대학원 칼용 꿈해석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녀는 경력 또한 다양하다. UCI의과대학 암 연구 센터 및 응급실에서 근무했고 마리포사(Mariposa)여성 클리닉, 핫라인 헬프 센터 및 초 중고등학교 카운슬러와 샌드(Sand)쎄라피등 3000시간이 넘는 임상심리 상담을 해왔다.  그리고 쎄라피스트를 위한 코칭 대학원을 수료하여 전문적인 라이프 코치로서 자격을 갖추었다. 임상심리학과 라이프 코칭을 두루 경험한 미미 박은 심리치료와 라이프 코칭의 차이점을 “일반외과와 성형외과에 비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자는 심리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치료에 목적을 두는 반면, 라이프 코칭은 잠재된 자신의 가능성을 개발해 더욱 풍요로운 인생을 가꿀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 어떠한 계기로 라이프 코치로서 활동하게 되었는가.

세라피 카운셀러로 약 10년 정도 일을 했다. 그러면서 내 자신도 풀타임으로 다른 세라피스트로부터 카운슬링을 받았다. 그것만도 아마 벤츠차 몇 대 값은 족히 될 것이다. 남편의 개인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15년 동안 하면서 좌뇌와 우뇌의 밸런스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중 2001년 6월에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아 1년 반 동안 병마와 싸웠다. 다행히 수술을 받아 병은 치료되었지만, 면역기관이 약화돼 있어서 바깥에는 출입할 수 없었다. 또한 외부와도 격리되어 있었다. 병을 앓고 나서 삶에 대한 애착이 이전보다 더욱 진해졌다. 내 자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약물치료 때문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라이프 코칭은 고객과 대면해서 상담이 이루어지기보다 대부분 전화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학력과 경력을 다 쏟아 붓고도자신의 직관력과 사랑을 던질 수 있는 라이프 코치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개인 코칭은 단순한 상담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에 근본적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복잡하게 꼬여있다고 느끼는 인생의 문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함께 풀어가면서 명확한 시각으로 자신의 문제를 바라 볼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 약 2년에 걸쳐 라이프 코치로 일하고 있는데, 고객들은 미국 내 다른 주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한국에도 있다. 시간상으로는 제약이 있지만 공간상으로는 거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고객과의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상담이 가능하다는 것도 코치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됐던 것 같다.


* 라이프 코치로서 자신의 매리트라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는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라이프 코치 중 외국인들도 있지만, 국제코칭협회(ICF:International Coach Federation)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은 내가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더구나 내가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나로서는 커다란 매리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만이 라이프 코치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상심리학을 전공했다는 것과 지금까지 인생에서 풍부한 경험을 했다는 것도 다양한 고객을 상담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의뢰인과 대화를 나눌 때 자신이 마약을 했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 마약을 해봤습니까?”라는 질문부터 던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마약을 했더라도 사람들의 상황은 각각 다를 수 있다.

금방 끊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여전히 중독되어 있는 상태일 수도 있으며 또 끊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마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을 똑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 경우도 많다. 상대방에게 그만큼 집중하기 때문이다.



* 코칭은 어떤 절차를 통해서 이루어지는가.


아무리 훌륭한 코치와 선수라도 서로 맞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료로 샘플 코칭을 통해 고객이 스스로 라이프 코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고객과의 코칭이 결정되면, 최소 3개월 간 일주일에 한 번씩 코칭을 하게 된다. 1회는 약 4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모든 코칭은 통상 전화로 이루어지는데 과외처럼 1대 1로 하는 개인 코칭부터 다자 통화(Conference Call)를 이용한 그룹 코칭도 가능하다. 또한 최근에는 기업인들의 사업과 관련해서 생기는 문제들을 코칭해 주는 비즈니스 코칭과 기업 코칭도 다루고 있다.




* 라이프 코칭을 통해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가.


개인 코칭은 단순한 상담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에 근본적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복잡하게 꼬여있다고 느끼는 인생의 문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함께 풀어가면서 명확한 시각으로 자신의 문제를 바라 볼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설명하거나 해석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찾으면서 당사자가 인생의 목표를 찾을 수 있게끔 한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프 코칭을 받은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인생의 주체로서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 사람들의 인생을 코치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원칙이 있는가.



절대로 코칭한 내용을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 된다. 라이프 코칭은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해서 철저한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떠한 내용을 듣더라도 그 순간 놀라지 않아야 한다. 코칭 중에 고객이 하는 말에 놀라는 기색을 보이면 코치의 반응을 보고 상대방은 움츠려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마음속에 담아놓은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워진다.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human doing), 혹은 무엇을 가진 사람인지(human having)는 라이프 코치로서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와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을 나는 인간 그 자체(human being)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대신 가슴속으로 운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바닷가를 걸으며 그 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상담자의 사연을 담을 수 있는 자리를 비워 놓는다.



* 라이프 코칭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코칭의 매력은 너무나 많다. 현재 LA에서 가장 인기 있는 토크쇼인 ‘닥터 필(Dr. Phill) 쇼’의 진행자 역시 코칭 대학원을 수료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코칭의 매력은 코치와 고객의 관계가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라는데 있다. 환자라는 시각으로 고객을 대하지 않고, 친구나 학생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은 살면서 느끼는 사소하고 하찮은 이야기라도 코치에게 별다른 부담 없이 편하게 말할 수 있으며, 라이프 코치는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삶에 있어서 변화뿐만 아니라 스스로 변신할 수 있는 지름길을 캐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라이프 코칭은 필요하지 않을 때 중단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개인적으로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었다고 할지라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인간관계를 매듭지으면서 스스로 객관화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또한 그 과정을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 적용시키면서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중제> 라이프 코칭은 테크닉이 아닌 진실한 마음



인생에서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미 박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세라피스트로부터 상담 받은 것을 꼽았다. 그녀는 상담을 통해 자신을 힘들게 했던 온갖 것들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일까.

어머니날이 되면 지금도 그녀는 선물을 들고 자신을 상담해 주었던 세라피스트를 찾아가곤 한단다.
“그녀는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주셨다. 그리고 라이프 코치로서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도 보여주었다.
지금도 코칭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어떤 테크닉을 가지고 대하면 상담을 받는 사람이 제일 먼저 느낀다. 내가 그 분으로부터 상담 받았을 때의 그 느낌으로 사람들을 대하면, 사람들은 울음을 터뜨리면서 자신의 깊은 속내를 끄집어낸다. 진실한 마음은 통하기 마련이다.”



* 미국에서 생활한 지는 오래되었는가.


한국에서 고등학고 2학년을 마치고 도미한 것이 1977년도의 일이다. 그래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과정을 모두 미국에서 마쳤다. 한국에 있을 때 수학과 과학을 곧잘 했기 때문에 영어는 부족했지만 UCI 의예과(Pre-med)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내 별명이 ‘미스 하이(Miss. Hi)’였다. 영어로 대화하기가 힘들어 사람들에게 ‘하이, 하이’ 그랬으니까.



*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절감할 때가 있는가.


뱃속의 언어는 정말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77년도에 미국으로 건너왔을 때부터 나는 한국음식을 고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2학년까지 마치고 건너왔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고등학교를 계속 다녔는데,점심시간이 너무나 신났다. 햄버거부터 아이스크림까지 학교의 모든 음식들이 맛있었다. 대학교에서도 친구들은 진저리를 쳤던 카페테리아의 음식들도 나에는 달게만 느껴졌다.

그러다가 2001년도에 백혈병을 앓았다. 그때 한국음식이 너무나 좋아졌다. 만일 한국의 병원이었다면 밥과 국이 나왔을 텐데, 미국 병원에서 제공해주는 음식은 도저히 냄새도 맡을 수가 없겠더라. 그때 새삼 느꼈다. 내가 뼛속 깊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 라이프 코치로서 한국인의 생활을 점검한다면 어떤가.


외국에서 한국을 들여다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 습관 중 하나가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내가 상담하는 한국의 연예인이나 일반인 할 것 없이 힘들어서 지칠 때까지 몸을 쓴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그런 점에서 너무나 다르다. 미국은 자신의 삶과 조화를 이루면서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자신의 힘을 소진하곤 한다. 몸과 마음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제> 흰쌀밥과 장조림 국물에서 얻은 ‘밥심’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흰쌀밥이 어떤 어려움이라도 감내할 수 있게 하는 한국인의 힘이 된다는 뜻이다. 미미 박 역시 밥심의 위력을 절감했다. 투병 중 그녀가 느꼈던 고달픈 일상 한 자락을 담담하게 풀어낸 ‘밥 심(心)’이라는 글을 들여다보면, 쌀밥 한 숟가락을 삼키며 아픔을 극복해내는 그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나는 많이 노력했지만 병원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두아르테 시에 있는 병원까지 남편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옅었는데 하루는 엄마가 지어주신 흰밥과 장조림 국물을 가지고 왔다. 골수 이식 후 처음 대하는 흰밥과 건더기 없는 장조림 국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밥 위로 눈물 한 방울이 뚝 하고 떨어졌다. 죽이 아닌 밥이었는데도 한 그
릇을 다 먹었다. 그날 이후 나의 저녁 식사는 남편과 바꿔 먹었다. 남편은 병원 음식을 행여나 냄새 때문에 내가 괴로워 할까봐 병원 구석으로 들고 가서 해결했고 나는 남편이 날라다준 하얀 밥과 깻잎이나 호박 같은 것을 데쳐 무친 나물들과 먹었다.’


그때 미미 박은 ‘비장한(?) 결심’을 했다. 건강을 되찾으면 따끈따끈 한 밥과 새콤한 나물 그리고 감칠 맛 나는 찌개를 매일 식탁에 올리겠다고. 생과 사의 기로에서 기적적으로 돌아온 그는 이제 귀한 밥을 가족에게 먹일 수 있는 사실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병원에서 먹었던 흰밥을 생각하면 밥을 짓는 것도 설거지를 하는 것도 마냥 신나는 일이다.

밥심은 단순히 그녀의 입맛만을 바꾼 것만이 아니었다.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삶에 대한 자세를 더욱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 인생의 전환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백혈병을 앓았을 때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담담해서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흔히 텔레비전 연속극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갈 때 등장하는 백혈병을 내가 정말 앓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극에서 나오는 여주인공이란 하나같이 착하고 가냘프지 않은가. 나는 그런 여배우들과 전혀 닮지 않아서 급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들었을 때 그저 멍멍한 느낌뿐이었다.

그만큼 나는 한 남자의 아내로 또 아이들의 엄마로, 내 자신이 한 여자라기보다 한 사람으로서 내일에 충실하고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담담했던 마음이 그 다음 순간에는 ‘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내 자신이 많이 불쌍하게 여겨졌고 삶에 더 강한 애정을 느꼈다. 병을 앓았을 때 너무 아파서 하나님이 내가 너무 힘들게 사니까 이 세상에서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그런 일이 생긴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것이 참으로 허무하고 교만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 시집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문학에 입문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예전에 상담을 받으면서 스스로에 관한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을 얻었다. 내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면서‘아, 이거구나’라는 생각. 사람들이 어떤 가수를 보면서 열광하고, 어떤 사실이나 인물에 감동을 받아 시나 일기를 쓰는 행동들이 모두 이해가 됐다.

그런 말이 있다. “In order to internalize, one needs to idealize” 어떤 대상이나 사상을 이상화해야 만이 자신 속에 내면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을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숭배하고 실망도 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결코 자기화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 성숙하기 위한 단계고 또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내가 시를 썼던 것은 내가 가진 생각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열광하고 십대 아이들이 연예인처럼 옷을 입고 치장하는 행동들이 성숙하기 위한 단계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사람들이 화장을 하고 과감한 옷을 입는 것이 젊은 척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사람처럼 입으면 마치 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보아를 보면서 따라 입는 것도 심리적으로 분석해보면 사실은 그렇게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어떤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면 그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것 역시 자신의 이상을 내면화하는 과정이나 마찬가지다.



* 문학적인 영감은 어디서 받는가.


자기 자신을 센터링(Centering) 하는 것이다. 'Anxiety'는 불안이나 초조함을 의미한다. 현대인들은 이런 ‘Anxiety'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데, 이것도 'Normal Anxiety(일반적인 긴장상태)'가 있고 또
‘Neurotic Anxiety(노이로제)’로 나눌 수 있다.


삶에서 불안함이 너무 없는 상태면 사람들은 스스로 현실 자체에 만족하게 되고, 어떠한 발전도 가져오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반면 노이로제 상태가 되면 몸이나 머리가 아픈 상태가 된다.

자신을 센터링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긴장상태와 노이로제 상태 사이에 자신의 무게 중심을 찾아 균형을 맞춘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가능성과 생각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런 균형점에서 문학적인 영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우디 앨런 같은 영화감독은 안정감이 없지만 뭔가에 몰두할 때 창조적인 일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치다.



* 시집 <눈사람은 다리가 없다> 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는가.


눈사람은 다리가 없다. 그래서 움직이질 못한다. 수동적이기도 하고. 그러나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사랑이 있는 자유로운 삶이다. 사랑만 있어도 안 되고 자유만 있어도 안 되는 삶. 살면서 그런 자유로움에 너무나 굶주렸던 것 같다. 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사랑만으로 되는 일인지 생각하면서 그 느낌을 표현했다.



   <중제>오늘 하루가 첫날이듯 그리고 마지막 날이듯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코칭하는 라이프 코치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미미 박은 중요한 삶의 태도를 현재에 둔다. “오늘 하루가 인생의 첫날이듯이 그리고 마지막 날이듯이 살고 싶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기 때문에 그녀는 짧은 여행을 할 때에도 속옷이나 양말은 말끔하게 정리하고 난 뒤에 문을 나선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까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겁게 느껴진다.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한쪽 면에는 삶 그리고 다른 한쪽 면에는 죽음. 호흡하고 있는 지금이라는 이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다.”


어느 영화에서 ‘오늘은 내게 남은 인생의 첫 번째 날’이라는 대사를 읊던 노배우의 모습이 떠오른다. 누구나 자신의 하루가 고통 속에서 헛되이 흘러가길 바라지 않는다. 오늘이 인생의 첫날이라면 모든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고, 마지막 날이라면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선택은 늘 중요하다.

“오늘은 바로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사람들은 ‘껄껄껄’하다 죽는다고들 하지 않은가. ‘이런 것을 할 걸’ ‘그렇게 하지 말 껄’하면서 후회도 많이 한다.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는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미래는 몇 년 후도 될 수 있지만, 몇 초 후도 미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했던 계기는 무엇인가.


내가 가진 끼와 열정 때문에 가능했다. 덕분에 아들도 1년 동안 나를 따라 스타벅스에서 근무했다. 물론 커피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처음에는 음악이 흐르는 멋진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일을 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스타벅스가 상당히 무시무시한 기업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또 프로의 세계라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덕분에 간접적으로나마 어떤 일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거의 빈틈없이 사람을 시간제로 고용한다. 아침에 근무한 사람은 바쁜 대신에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고, 오후 근무자는 한가한 대신에 힘든 일을 해야 한다. 또한 매장에서 사용하는 음악에서부터 손님을 응대하는 매뉴얼까지 모든 것이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었다.



* 변화무쌍한 인생을 살았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여전히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러한 에너지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느 정도 타고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성격 중에 스스로에게 철저했던 것은 스스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에는 이런 성격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왜 이렇게 욕심이 많을까, 적당히 살지’ ‘왜 자신을 피곤하게 할까, 대강대강 넘어가지’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내 자신에게 철저하게 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내가 가진 색깔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무 치열하게 살지 않으려는 느림의 미학을 상담을 통해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 에너지나 열정은 어떤 면에서 더 진해진 것 같다.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코치로서 활동하는데 있어서 남편의 외조는 어떠했는가.


마음으로는 외조하고 있지만 행동으로는 잘 내색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한국 남자인 동시에 상당히 보수적이다.

특히 아프고 난 후에 내가 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 안쓰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나보다. 같이 15년을 일을 해서 나의성향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 만하다(웃음).  물론 마음으로는 그렇지 않은데, 표정 관리가 쉽지 않은 것 같다.



* 자녀들의 교육에서 있어서 특별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가.


친구 같은 엄마지만 어디까지나 ‘친구 같은’ 엄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엄마는 될 수 있어도 결코 친구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효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미국에서는 사실 그것이 잘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설령 나를 존경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존중하는 태도로 부모를 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일관성이다.


아이들은 이미 성장했기 때문에 특별하게 신경을 쓰는 부분은 없다. 대학교 3학년인 첫째는 현재 버클리 대에서 영어와 스페인어를 복수로 전공하고 있다. 둘째는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형과 같은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다.


얼마 전 미미 박은 집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둘째 아들인 태진 군이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기에 자축하는 의미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오래간만에 버클리에서 온 큰아들 유진 군과 그의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도 모두 모인 즐거운 자리였다. 덕분에 바닷가에 자리 잡은 아담한 그녀의 오두막집에는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마흔 살에 이른 공자가 세상사에 미혹되지 않았다고 해서 붙여진 불혹(不惑)이라는 나이. 그러나 현실의 삶 속에서 여전히 흔들릴 수밖에 없는 불혹의 나이에도 미미 박은 미혹되지 않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40대는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판단해 볼 수 있는 나이다. 또한 스스로 인생의 궤도를 필요에 따라 수정할 수도 있는 소중한 시기다.”


한국이름 김미환에서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라 궤도를 수정한 미미 박. 이제 그녀는 인생을 디자인하는 ‘코치 미미’로서 인생의 새로운 궤도를 스스로 그리고 있는 중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전문적인 라이프 코칭 스쿨을 한국에 설립하고 싶다는 그녀의 당찬 모습을 하루빨리 국내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http:// www.coachmimi.com
http:// www.coachmimi.co.kr(한국어 홈페이지)

문의 전화: 001-1-714-960-6674

글/김경남 기자 · 사진/안상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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