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기울다가
2003.06.30 02:53
마음 기울다가
김경미
바람둥이처럼 흰눈 쏟아지는 날
바람둥이라고 소문난 남자와 일 때문에 차를 마신다
소문 달리 그 삼십대는 언뜻 언뜻 수줍음 드러나고
흰눈에 덮인 지붕색깔이나 뾰족한 돌부리처럼
속으면 안 된다고
끌려가지 않으려 뒷발 안간힘으로 뻗대는 고양이처럼
일에만 몰두하려 하는데
창 밖의 눈 때문에 일에는 마음이 안 간다며 그는 웃고
어린 시절 담배 불량스럽게 피워문 동네오빠한테 끌리듯
내 마음도 자꾸 진척이 되면서
바다 위 바닥 한쪽 뚫린 배처럼 위험하게 기울고
기둥하나 삭는 집채처럼 불안하게 기울다가
창 밖의 눈 바람둥이처럼 어느덧 그쳐버리고
그새 사랑과 이별을 다 끝낸 두 남녀는
또 흰눈 같은 즐거운 쓸쓸함 하나를
받침목 줄 세워놓은
마음 헛간에 나눠 담고 총총히
김경미
바람둥이처럼 흰눈 쏟아지는 날
바람둥이라고 소문난 남자와 일 때문에 차를 마신다
소문 달리 그 삼십대는 언뜻 언뜻 수줍음 드러나고
흰눈에 덮인 지붕색깔이나 뾰족한 돌부리처럼
속으면 안 된다고
끌려가지 않으려 뒷발 안간힘으로 뻗대는 고양이처럼
일에만 몰두하려 하는데
창 밖의 눈 때문에 일에는 마음이 안 간다며 그는 웃고
어린 시절 담배 불량스럽게 피워문 동네오빠한테 끌리듯
내 마음도 자꾸 진척이 되면서
바다 위 바닥 한쪽 뚫린 배처럼 위험하게 기울고
기둥하나 삭는 집채처럼 불안하게 기울다가
창 밖의 눈 바람둥이처럼 어느덧 그쳐버리고
그새 사랑과 이별을 다 끝낸 두 남녀는
또 흰눈 같은 즐거운 쓸쓸함 하나를
받침목 줄 세워놓은
마음 헛간에 나눠 담고 총총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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