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귓속의 물고기 한 마리
2003.11.01 03:10
젊은 의사는 내 귀의 이명현상을 일시적인 난청으로 진단했다
나는 의사에게 지난 주말 만어사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일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돌로 변했다는 만어산
만어사를 다녀온 후 내 귓속에 숨어 따라온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나를 괴롭히는 귀울음 현상의 주범이 아닌지를 묻지 못했다
만어사에서 돌 속의 물고기들이 내는 금종소리 은종소리를
듣다가 산수유 노란 꽃 그늘에 누워 낮잠이 들었는데
그 때 나는 분명히 내 귓속으로 숨어드는 물고기
한 마리를 보았다
바위 아래 푸른 바다에 사는 물고기 한 마리가
내 귓속으로 들어와 달팽이관 안에 놀고 있다는 것을
의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절집에 걸린 풍경처럼 소리를 내는 물고기를 믿지 못할 것이다
신라사람 경문왕의 당나귀 귀를 본 복두쟁이의 마음처럼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고통이 신화를 만든다
만어사에는 소금내음 풍기며 바다가 출렁거리고
만어사 바위들이 내는 종소리가 그 바다에서 물고기로 태어나고
그 중 한 마리가 내 귓속을 들어와 일으키는 시인의 이명을
간단한 처방전을 쓴 후 이내 다음 환자를 호명하는
젊은 의사는, 그 비밀을 고백한다해도 알지 못할것이다
정일근
나는 의사에게 지난 주말 만어사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일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돌로 변했다는 만어산
만어사를 다녀온 후 내 귓속에 숨어 따라온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나를 괴롭히는 귀울음 현상의 주범이 아닌지를 묻지 못했다
만어사에서 돌 속의 물고기들이 내는 금종소리 은종소리를
듣다가 산수유 노란 꽃 그늘에 누워 낮잠이 들었는데
그 때 나는 분명히 내 귓속으로 숨어드는 물고기
한 마리를 보았다
바위 아래 푸른 바다에 사는 물고기 한 마리가
내 귓속으로 들어와 달팽이관 안에 놀고 있다는 것을
의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절집에 걸린 풍경처럼 소리를 내는 물고기를 믿지 못할 것이다
신라사람 경문왕의 당나귀 귀를 본 복두쟁이의 마음처럼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고통이 신화를 만든다
만어사에는 소금내음 풍기며 바다가 출렁거리고
만어사 바위들이 내는 종소리가 그 바다에서 물고기로 태어나고
그 중 한 마리가 내 귓속을 들어와 일으키는 시인의 이명을
간단한 처방전을 쓴 후 이내 다음 환자를 호명하는
젊은 의사는, 그 비밀을 고백한다해도 알지 못할것이다
정일근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4 | 코치미미 웹사이트라 어울려서 먼저 소개를... | 미미박 | 2003.06.11 | 118 |
33 | Prayer for a Journey | 미미박 | 2003.06.11 | 93 |
32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미미박 | 2003.06.19 | 121 |
31 | 마음기울다가 | 미미박 | 2003.06.30 | 104 |
30 | 시인 정호승의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I) | 미미박 | 2003.06.30 | 273 |
29 | 당신은 제겐 우물입니다 | 미미박 | 2003.06.30 | 101 |
28 | 주일에는 희랍의 물가에 간다 | 미미박 | 2003.07.10 | 293 |
27 | 잠재력 개발, 멋진 삶 일궈 | 미미박 | 2003.07.11 | 927 |
26 | "인생에도 슬럼프는 오게 마련" | 미미박 | 2003.07.12 | 370 |
» | 내 귓속의 물고기 한 마리 | 미미박 | 2003.11.01 | 395 |
24 | 청 춘 | 미미박 | 2003.12.18 | 362 |
23 | <두 아내> 프랑스서 출간 | 미미박 | 2003.12.20 | 616 |
22 | 눈사람은 다리가 없다 -미미 박에게- | 미미박 | 2003.12.27 | 546 |
21 | 주간중앙 -미미 박 인터뷰 | 미미박 | 2003.12.31 | 558 |
20 | 미미에게 | 미미박 | 2004.01.09 | 392 |
19 | 유혹 | 미미박 | 2004.01.13 | 393 |
18 | 장미에게 | 미미박 | 2004.01.15 | 284 |
17 | Letter to... | 미미박 | 2004.01.15 | 384 |
16 | 침묵의 소리 | 미미박 | 2004.01.17 | 459 |
15 | 수선화 에게 | 미미박 | 2004.02.01 | 4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