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에게

2004.01.15 11:55

미미박 조회 수:284 추천:27

장미에게

깊고 은은한 장미의 향기처럼 당신의 내부로부터 (눈빛과 표정, 언어들과 몸짓 그리고 삶을 통해) 투명할 정도로 맑게 발산되어 나오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세계, 언어화하기 힘든 생명 자체의 진실한 세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바로 그곳 어딘가에 바다와 같은 생명의 근원으로 연결된 비밀스럽고 은밀한 길이 있음을 예감하며 당신을 특별한 축복으로 감싸고 있는 주님의 은총에 상응하는 당신 삶의 모습과 역사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러나 삶을 쉽게 살지 못하는 당신의 고달픔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입니까?
그것은 세미한 진실들을 느끼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남다른 감각, 그리고 그 느낌들에 진실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실이 당신 스스로를 일상의 통속적 가치들에만 집착하는 사람들과 구별하고 있기 때문이며 상식적 일상의 삶으로는 당신의 내적 진실이 표출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일상의 기계적 타성과 안일한 상식의 삶을 거부하고 진실과 생명을 추구하는 삶이기에 가끔은 외롭고 때로는 고달플 수밖에 없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 외로움과 고달픔은 불행이 아니라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남모르는 아픔들을 통해 진주를 빚어내는 진주조개처럼 내적 진실과 현실적 책임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아픔과 갈등을 작은 가슴으로 보듬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진실과 생명감으로 주변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살고 있는 당신을 보고 있으면 한 송이 장미가 그 길고 긴 어두운 밤을 지나면서도 그 어두움이 결코 범접할 수 없는 자신의 맑고 투명한 순결과 의지인양 영롱한 아침 이슬을 머금고 있는 붉은 장미의 신선함과 생명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당신의 그 고통은 무엇 때문인가요? 생명과 진실이 진부하고 통속적인 회색빛의 일상을 지배하여 그곳에 느낌과 깨달음, 감격과 환희가 넘치는 생명으로 살려낼 수 있는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일상성에 붙잡혀 있는 부당성에서 오는 괴로움일 것입니다.
따라서 그 괴로움은 당신의 존재가 주장되고 당신이 자신의 정신세계에 상응하는 정당한 위치를 확보할 때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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