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김윤희

2006.03.09 14:21

문인귀 조회 수:717 추천:56

이혼하려고 벌써 세 번째 법정으로
나가는 우리 아랫집
젊은 부부
오토바이 위의 암수 매미처럼
서로 분간 못하게 몸 찰싹 붙이고
달리다가 땅바닥에 떨어져 그들의 이혼
깨지지 않도록
철모도 깊게 쓰고 저 밖의
골목 빠져나가는 모습
뒤따라가 본다.

김윤희 '이혼'



부부란 원래 암수 매미가 달라붙은 것처럼 그렇게 함께 사는 것인데 이들은 헤어지기 위해서 그렇게 암수 매미처럼 달라붙은 채 달린다. 그러다 넘어지면 행여 다칠세라 헬멧까지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이혼하러 가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다. 이들은 필경 이번에도 이혼하지 못하고 돌아올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혼이 이렇게 아이들 소꿉장난처럼 가볍게 다루어지는 현실에서 우리는 살고 있으 니.....        

문인귀/시인



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8월12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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