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김남조

2006.03.09 14:23

문인귀 조회 수:485 추천:51

전쟁으로 한 도시가
무너질 때
그도 장렬히 죽는다
보이지 않는 금속의 발판 위에서
한사코 품에 안아 지키던
그의 성스러운 연인을
경건히 땅 위에 뉘이고
제 몸을 덮는다

모든 나라에서
그는 오로지 숭엄하고
빈사의 도시들이
기어이 다시 살아 몸을 일으킬 때
그도 그리스도처럼 부활하여
신성한 연인을 안고
소슬한 공중에
필연 복귀한다

김남조(1927~) ‘국기’ 전문


국기는 그 나라의 존재를 알리고, 국기는 그 나라 사람 하나하나의 가슴에 심어있는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한데 모으는 힘이다. 나라가 망하는 날에는 그 나라와 함께 묻혀야하는 운명이며 그 나라가 다시 세워지는 날에는 함께 일어 드높이 펄럭인다. 나라를 잃었던 우리로썬 ‘국기’를 예사롭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인데 뒤숭숭한 오늘의 한국 정정과 불안한 사회는 혹시 투철하지 못한 국가관과 ‘국기관’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문인귀/시인



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8월16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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