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體 本質의 이음쇠, 信仰的 透視의 시편들

2007.12.14 23:24

문인귀 조회 수:619 추천:59

母體 本質의 이음새, 信仰的 透視의 시편들  
  - 김모수 시집 「주홍빛 신호등」-
                                                                 문인귀/시인


  
   시집에 실린 시 몇 편 때문에 시집 전체의 의미가 좌우된다거나 시인이 추구하는 경향을 단편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집을 읽어나가다 보면 詩마다 지니고 있는 독자적 특성 속에 도도히 흐르고 있는 시인의 사유(思惟)를 만나게 된다. 이것은 시인의 시 작법이나 표현이 아니고 그 시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해법에 의해 들어나는 사물의 존재 가치, 그 의미를 향한 추구인 것이다.
   나는 김모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주홍빛 신호등」에서 그의 신앙은 모체의 본질을 탐구해 나가는 데에 있고 그 일이 신에 대한 열망에만 그쳐지지 않고 자신의 본질적인 모체화(母體化)를 위해 들이는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에 있는 것을 보았다.

   김모수 시인이 본격적으로 시 창작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60대 후반인 1999년이었다. 구태여 내가 그의 나이나 공인된 시인으로써의 시작연대(詩作年代)를 운운하는 것은 그의 등단시기가 일반적인 등단 평균연령 보다 40년이나 뒤졌지만 그의 시 창작에 대한 열성이나 태도, 그리고 구축해가는 시적사조가 젊어서 시작한 많은 시인들 보다 오히려 농익은 안정감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서부터 소녀문학생의 시에 대한 열망으로 갖추어온 시심 또한 늦게나마 그 꽃을 피우게 한 동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김모수 시인의 이름 모수(母守)는 “너는 어머니를 잘 모셔라”는 뜻으로 부친이 지어준 이름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부친이 일찍 타계하자 기울어진 가세에서 그가 맡은 일은 이름이 의미하는 대로 어머니를 지키는 일이 되었으니 그의 부친은 이미 김시인의 사람 됨됨이를 알고 있었던 것이었으리라.
   모수(母守)라는 이름은 미국시민권을 받으면서 이름을 바꾸는 바람에 자칫 묻혀져버릴 뻔한 이름이었지만 그가 시를 만나면서 다시 살아난 이름이다. 그래서 일까, 나는 그가 추구하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그의 시 세계의 저변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저으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사람 또한 어머니 없이 태어나지 못한다. 신(神)이신 예수의 탄생에도 마리아를 어머니로 하고 있으니 어머니의 존재에 대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어머니를 있게 한 또 다른 어머니가 있어 그 어머니를 찾아나서는 시인과 그의 이름을 그저 우연으로만 넘길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김모수의 어머니에 대한 성찰은 신앙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머니이다.

   흙 속에 손을 넣는다
   따스하다

   쿵쿵, 힘찬 심장의 박동 소리
   생명이 만져진다
   하늘이 만져진다

   햇볕이
   바람이
   빗방울이
   걸음걸음 그렇게
   하늘을 옮겨 왔구나

   마음 비우고
   흙 속에 나를 내리면
   나도 흙이 된다
   하늘이 된다

   낮게 내려갈수록
   넉넉하게 차오르는 하늘
   뿌리마다 맥박이 뛴다

     -「하늘의 심장은 흙이 품고 있다」 전문 -

   우리는 하나님을 너무 먼 곳에 두고 산다. 그래서 각자 나름대로 하나님의 형상을 이야기하고 그의 하시는 일에 자신의 생각대로 정의를 내린다. 물론 김모수 시인이 추구하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것도 그 나름대로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적어도 원물(原物)이 훼손 되지 않은 채 신선한 시적 표현으로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는, 그가 말하고 있는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남들과 다르다. 하늘이 있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그 하늘을 만질 수 없는데 그 하늘은 바로 우리들이 딛고 서있는 땅과 우리가 마시는 물과 햇빛과 바람 속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성경 창세기에 조물주가 사람을 만들 때 흙으로 빚으셨다(창세기 2장 7절)고 했다. 시인은 여기서 지금도 ‘흙 속에 손을 넣으면 온기가 느껴지고 쿵쿵, 심장의 박동, 생명까지 만져지며 그 생명은 바로 하늘인 것이다’는 결론을 얻어내고 있다. 이 정의는 과장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의 신앙의 투시력은 창세기 시절로 옮아가고 신이 땅에 내리어 흙으로 사람을 빚는 광경을 보게 된다. 하나님이 땅을 만지시니 그 땅은 사람을 낳은 것이다. 그 사람에 신이 생기를 불어 넣었으니 그 사람 또한 생명이 되어 살다가 다시 흙으로 되돌아올 때 그곳에 머물러 있던 하늘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늘의 역할은 이렇듯 사람 하나를 만들어 낸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들에게 허락한 모든 것들에 생명을 주고 있으니 그 생명 있는 곳에 신의 맥박이 어찌 뛰고 있지 않을까. 그 하늘은 생명만 준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그의 존재 가치가 어떤 것인가를 다음 시에 낱낱이 고하고 있다.

   가진 게 넉넉한 하늘은
   아무에게도 손을 벌리지 않는다

   모자라서 손 벌리는 자에게
   자기 몸을 나누어 줄 뿐
   열길 우물 속에도 내려가 찰찰 넘친다

   불 꺼진 난로 같은 내 마음 속에도
   마다 않고 들어와 함께 살아준다

   더 미안한 것은
   내 욕심의 밥그릇에
   서슴없이 내 밥이 되어주는 것이다.

        - 「하늘」전문 -

   하나님은 이렇게 나를 도웁는 분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무엇이나 달라는 대로 주시는 분이다. 그래서 언제나 손을 벌리는 나에게 자기 몸까지도 나누어 주고 열길 우물 속에도 아무 말 없이 내려가 언제나 찰찰 넘치는 은혜를 베푼다고 말하고 있다. 불 꺼진 난로 같은 내 마음 속에도 마다 않고 들어와 함께 살아주시는 분, 서슴없이 내 밥이 되어주시는 분, 이 분을 우리는 세상에 있는 무엇에다 비교를 해야 더욱 그의 존재를 인식하는데 근접할 수 있을까. 그렇다. 우리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우리들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이미지인 것이다. 이는 우리를 낳고 기르시고 죽기까지 베풀기만 하시는 분, 한 분 밖에 없는 그 분을 통해 뒤에 계시는 더 큰 어머니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김모수 시인은 하늘과 땅의 힘으로 만들어진 자신 또한 육신의 어미로서의 일을 다 함으로 신앙의 궁극적 목표달성을 이루고 있다.

   하늘을 마시고
   땅을 들이키는 세월
   메마른 일상에
   초록 물감을 푼다

   하늘과 땅이
   어우러지는 삶
   높은데서 키우는
   낮은 마음

     - 「풀의 마음」중에서 -

   그렇다. 그 역시 한 어머니로써 하늘과 땅, 그 크신 어머니의 베풀음 가운데 존재한다는 것이다. 크신 어머니에 비교하면 자신은 감히 한포기의 풀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미미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한포기의 풀이라고 해서 그 은혜가 그냥 지나쳐가지 않는 것을 안다. 이 풀 한 뿌리인 어머니의 삶은 메마른 땅에 초록의 물감을 푸는 일로 생명의 지속을 의미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어머니로써의 존재를 인정받음과 동시에 어머니의 사명의식과 그 완성을 이루는 것이다. 높은데서 키우는 낮은 마음으로 겸허히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운명론일 것이다.  

    다음 시에서 이러한 운명론적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숙淑
   주珠
   화花    

   딸아이들의 이름 끝 자를
   한 줄에 꿰니
   예쁜 꽃이 되었다

   말간 구슬 꽃
   투명한 미소가
   내 생명의 날을 동행한다

   살아 움직이는
   흙의 뼈
   가슴에 걸고 다닌다

   하얀 수건으로
   거울을 닦는다
   지워진 내 모습을 찾아낸다


       - 「숙주화」전문 -

   김모수 시인은 딸들을 생각하다가 그들의 이름자를 뇌이고 또 뇌었으리라. 이름을 뇐다는 것은 마치 묵주나 염주를 돌려가며 무아(無我)로 빠져드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그 행위는 그리움과 애정을 표출하는 일이요 관념의 현현(顯現)에 대한 강한 욕구인 것이다. 어미로써 자식들을 생각하는 일이 어디 한시라도 없을 수 있을까. 여기서 더 나아가 김시인은 세 딸을 아예 꽃을 만들어 화분에 담아 실내 이곳저곳에 놓아두거나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실에 골고루 꿰어 목에 걸고 늘 그들과 함께 산다. 그의 생명선에는 언제나 <숙주화>가 줄지어 피어있다. 어디 그 뿐인가, 흙의 뼈로 된 딸자식들에게도 역시 모성의 본질로써의 동질성을 부여하여 훗날 어머니로써의 생의 다음 연장선으로 다가가는 홀가분한 자신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 표현된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인 ‘하얀 수건으로/거울을 닦는다/지워진 내 모습을 찾아낸다.’는 다음 시 <불효>에서 ‘내가 꽃이 되어 우쭐거릴 때면/저만치 물러서시어/무색(無色) 배경으로 웃으시던/내 어머니’로 자신의 모친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나온다.

   이렇듯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심사를 들어내 놓고 보면 연상되는 자신의 모친이 곁에 다가선다. ‘나’라는 어미의 심정이 이럴진대 내 모친 또한 같은 어머니의 본질에서 나를 <숙주화>처럼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은 어머니의 사진 한 장 들여다본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분주하면 잊어도 되는 어머니, 그러나 그 어머니의 이해는 자신의 어머니노릇에서 충분히 해소되고 있다. 이것이 인생이 아닐까.

   잔치 통에 없어진
   어머니의 사진
   몇 날을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한가하면 찾고
   분주하면 잊어도 되는
   어머니
  
   늘 그랬었다
   내가 꽃이 되어 우쭐거릴 때면
   저만치 물러서시어
   무색(無色) 배경으로 웃으시던
   내 어머니

      - 「불효」전문 -


   이렇게 김모수의 시는 바탕인 어머니, 삶의 어머니, 어머니인 자신, 그리고 딸들로 이어지는 ‘어머니’의 긴 행로로 시집 곳곳에 배열해 놓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것 같지만 어머니의 사명을 다하는 것은 「주홍빛 신호등」으로 맺혀 빛을 발하는 모습으로 생을 유도하고 있다.

   어릴 때
   삼킨 감씨 하나
   늦가을 빈 가지에
   등불 되어 걸렸다

   세월의
   갈피마다에
   알알이 박힌 열망

   햇살이
   몸을 뒤척일 때마다
   깜박깜박 신호를 보낸다

   제대로 익어라
   둥글게 살아라
   화사하게 웃어라
   유쾌하게 먹혀라

       - 「주홍빛 신호등」 전문


   어릴 때 삼킨 감씨 하나는 무엇일까, 그의 내부에 들어온 모성의 본질로써의 삶의 철칙인 것이다. 그것은 곧 신앙으로 인해 성장되며 열매를 맺고 그 속에 다시 씨가 된다. 그 씨를 위해 늦가을 빈 가지에 등불이 되어 걸린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과정은 스스로 택하고 스스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제대로 익어야 된다. 둥글게 살아야 된다. 화사하게 웃음  웃을 줄 알아야 된다. 그리고 잘 먹혀야만 된다.’는 교훈을 남기는데 그 역시 ‘햇살이/몸을 뒤척일 때마다/깜박깜박 신호를 보낸다.’로 내가 아무리 성숙의 경지에 다달았다고 하나 그 빛은 모성의 본질에 속한 신의 배려로 자신의 삶 곳곳을 뒤척이며 빛을 들어내고 있는 것이라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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