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도는 기쁨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과 결실

2007.12.03 00:57

문인귀 조회 수:993 추천:73

감도는 기쁨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과 결실
-김현정 시집 '함께 있어 우리는 행복합니다'-

                                                            문인귀/시인

  김현정의 시 일 백여 편을 묶어 세상에 내놓는다.
  김현정은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한국의 어떤 문학지를 통해 등단한 일도 없으며 신문이나 문집들에 시를 발표한 바도 없는 사람이다.
  ‘시는 아무나 쓰고 아무렇게나 시집을 내놓는 게 아니다’라는 비판의 눈초리를 의식 하지 않는 것 아니지만 김현정에게는 그만한 사정이 있고 또 그만한 사정 속에서 시를 알게 되어 그 일로 말미암아 그의 어두웠던 삶이 새로움을 맞게 되었으니 ‘아무나’가 아니고, ‘아무렇게나’ 시집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김현정은 한 살 때 열병을 심하게 앓고 난후 몸의 오른쪽에 마비가 일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오른쪽 다리와 오른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 유소녀시절, 주위로부터 받은 멸시, 짓궂은 아이들의 놀림, 쉬는 시간에는 성한 아이들처럼 뛰어놀 수 없어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들로부터 뒷머리를 쥐어 박혀 책상에 코를 부딪고 피를 쏟던 일, 현정이(지금부터는 편의상 성을 빼고 현정이라 호칭함)를 더욱 견딜 수 없게 했던 것은 그때마다 눈물과 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선생님 쪽을 돌아다보면 마치 당연한 일이라도 보았다는 것처럼 쳐다만 보고 앉아있던 담임선생의 모습이었다.
  나이가 차고, 성년이 되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사랑에 눈을 떴고 그 눈은 시각장애인인 정화영선교사의 눈이 되겠다는 각오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사랑과 의지(依支)를 새롭게 다지는 날들을 보내게 되었는데 두 번에 걸쳐 유산의 아픔을 겪게 되었다. 이 충격으로 현정은 에필렙틱(epileptic)현상까지 일어나 우울한 나날이 시작되었고 병원에서 조사할 때마다 왼쪽 뇌세포 수치가 떨어져감으로 강한 투약으로 평상을 유지코자 안간힘을 쏟게 되었다.

  나는 김현정을 그녀 어머니의 소개로 만나 시 창작 기초반에 나오도록 했다. 생각하는 것이나 표현하는 것이 어린아이같이 천진스럽고 순수했다. 그러한 그녀가 집에서는 한 주가 멀다 하고 소위 ‘뚜껑을 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공부를 시작한지 4주째 되는 날 나는 그녀에게 성질을 내는 빈도를 20%만 줄일 수 없겠느냐고 했다. 화를 품고 쓰는 시는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게 하는 일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두 달 후 그녀에게 확인 했더니 내가 부탁했던 20%를 참아 낸 것이 아니라 100% 모두를 참아냈다는 것이었다. 두 달 동안 단 한번도 뚜껑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현정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이 사실을 확인해 주며 지난 8년을 두고 이 일을 위해 기도했던 것이 이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기뻐했다.
  나는 현정에게 시를 가르치는 일은 무엇보다도 현정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아픔을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생각 했다. 그 아픔은 과거에 있었던 고통과 수치의 순간들을 되살려 냄으로써 현실을 망가뜨리고자 하는 보상욕구에 의한 것이었으며 그것은 자신이 남 같지 않다는 외형적인 문제를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새롭고 건강한 자아(自我 -남편의 불구까지 포함)들을 내놓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의 무너짐에 대한 분통이었다.

  나는 우선 뒤뜰에 토마토 모종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매일 토마토 나무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관찰하여 그것을 기록하게 했다. 소위 「토마토일지」라는 일이 진행되었다. 그 토마토일지는 2005년 4월8일부터 시작해서 60회 분까지 썼는데 약 석 달에 걸친 작업이었다.

- 두 주 전 문선생님과 우리 부부는 꽃마을에 가서 토마토를 데리고 왔지. 그 날 토마토를 심어 문제아가 되지 않게 그곳에 물을 주고 아름다운 대 저택을 지어 주었어. 속 썩이지 말고 잘 자라줘야 할 텐데....  
- 요번 주 문선생님께 토마토를 잘 돌보지 않았다고 신나게 까지기까지 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아쭈! 저도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이라면서 꽃을 피우는 일명 ‘내 새끼’를 보며 기뻤지, 토마토와 함께 다른 그의 친구들을 살리는 조그마한 농부가 되어가는 나를 보며 웃음이 터졌어.
- 꼿꼿이 서서 나 보란 듯이 잘난 척을 하는 것을 보고 “너도 청춘이다”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예쁜 자식을 낳아서 너도 좋은 가정을 꾸려보렴.
- “토마토 부대! 지금 상황을 이야기 하라, 오버!” “지금 나는 적군을 향해 돌파하려고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오버!” 밖에 나갔더니 토마토가 아기 주먹만 하게 커져 숨어있었다. 아직 익지 않을 때여서 색도 이파리처럼 푸른 색, 오늘 난 토마토를 군인으로 묘사하고 싶었기에 이런 일지를 쓰고 있다.
- 오늘은 단칸방에서 자기의 동생들과 함께 살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엿들었으면 하는데....  조금 크면 여성의 색깔로 변하는 토마토. 나는 성숙한 여인이 되어 시집갈 때까지 키워주는 친정엄마. 나의 너무 무리한 생각일가?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너희들! 보기 좋다.
-“영차! 영차!” 오늘은 운동회 날. 줄다리기 시합에서 단연코 이기는 쪽은 남자다운 내 왼쪽의 토마토. 하지만 지는 쪽도 만만치가 않아. 왜냐하면 져주는 쪽이 있어야만 이기는 쪽이 있으니까.
- 오늘은 꽃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토마토 너는 한국어로, 선인장 너는 일본어로, 난초꽃 너는 스페니쉬로, 잔디 너는 영어로 떠드네. 하지만 너희 언어는 내게 바람을 타고 와 멋있는 화음의 노래로 들린다.
- 잘 자라주는 너희들이 고맙다. 성숙한 너희들의 모습을 얼른 보고 싶구나. 사실 오늘 마켓에 가 너희와 똑 같은 아이들을 봤어. 우리 애들도 이렇게 자라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야. 어떠니, 너희들은?
- 곧 출산일이 가까워오는 토마토가 있어 인터뷰를 해 봤더니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우리 어여쁜 새로 태어날 아이들을 생각해보며 나도 즐거웠다. 임신 중에는 항상 예쁜 말, 예쁜 생각을 해야 해. 너도 그렇게 할 거지?
- 토마토야! 오늘은 어찌 지낼 거니? 난 오늘 요바린다에 있는 어느 교회에 가 찬양을 해야 해. 합창으로, 하모니카 연주로, 피아노로, 독창으로 주님을 기쁘시게 해야 해. 앞을 볼 수 없는 분들의 눈이 되게 해 주신 주님께 삼사 드려. 내가 아프지 않고 더 영광 돌려야 하는데 참 안타까워.
- 너희들에게 오늘은 나의 하소연을 하고 싶어져. 꿈에 내가 아이의 엄마가 되는 꿈을 꾸었거든. 내 아이들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파 와. 예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태권도도 가르치고 영어도 가르쳐 미국에서 떳떳한 한국인으로 키우려 했었는데. 아이가 유산되고 나니 왜 이렇게 만삭이 된 여성만 보이던지! 나도 못됐지, 그런 사람들의 배를 ‘뻥’ 소리 나게 걷어차고 싶은 심술보가 터져 올라 내 마음을 겨우 가라앉혔어. 나 무척 나쁜 애지? 지금이라도 주님께서 아이를 주시면 잘 키울 수 있으려나? 하지만 자신이 없어. 내가 먹고 있는 약이 얼마나 센지 말야. 컴퓨터를 찾아 내 병에 대해 알아봤더니 간질 있는 여성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나왔더라고. 하지만 모유는 먹이지 말라! 하더라. 난 아직도 무서워져. 주제도 모르고 아이를 가졌다가 몸이 불편한 아이가 나오면 우리 가정은 그야말로 ‘병신 가정?’ 이잖니. 지금도 내 부모님께 얹혀살아 미안해 죽겠는데 내 아이까지 아픈 아이가 나오면 어떻게 하니?
- 병원에 가는 날이라 오늘은 아침부터 준비를 해야 했지. 약을 올려먹으라는 소리를 들어 마음이 아팠어. 난 언제쯤이면 약 안 먹고도 살 수 있을까.
- 나도 너희들과 같이 마음이 예뻐졌으면, 나는 요즈음 내 자신이 너무 싫어져. 무조건 순종하면서 조용히 지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교만일까?
- 난 가정주부로 집 단장, 몸단장을 잘 하고 살아야 하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네. 여자로서 기본 말이야. 내 몸이 힘드니까 무엇을 해도 귀찮은 생각이 들어. 신랑의 눈이 되어주어야 할 텐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꾸만 어리광을 부리게 되니 어떡하지? 사랑하는 내 신랑과 힘든 결혼을 하고 이렇게 축복을 받았는데. 사람들이 “우리가 뭐랬나? 네 몸이 아프면 너희는 어떻게 사느냐?” 하며 내 속을 긁어 울며 지냈는데, 그 예언(?)이 맞는 것 같아 마음에 썰렁한 기분도 들어. 하지만 아니야. 난 내 신랑의 눈이 되어주어 열심히 살 거야. 너도 봐라. 우리가 웃으면서 사는 모습을!
- 요번 주일 우리는 로스 힐에 가 할머니 묘소에 꽃도 놓아 예쁘게 해 놨어. 할머니 생각 날 때마다 너무 그리워져. 아마 천국에서 웃고 계실 거야. 벌써 우리 집엔 조카아이들이 3명이나 되어서 너무 좋단다. 그 아이들이 커서 장가 가 아이를 낳으면 난 큰고모님이 되겠지? 배 뚱땡이 큰고모할머니 말이야. 아휴! 징그러워! 그때는 심술부리지 말아야 할 텐데 말이야.

  이상은 현정의 토마토일지를 간추려 본 것이다. 무엇이 현정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괴롭히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어떻게 소화시키며 자신을 새롭게 추스르게 되는지도 엿볼 수 있었다. 아직도, 가끔, 과거의 가슴 아팠던 일을 내 비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현정에게 이렇게 말을 하곤 했다.
“우리 몸 어딘가에 상처를 입으면 아프다. 그러나 상처가 아문 다음에는 아픔은 없고 남는 건 흉터일 뿐이다. 그 흉터는 아팠던 흔적일 뿐이지 아픔일 수는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흔적인 흉터를 가지고 아파한다. 그래서 되겠는가?”

  나는 토마토일지 후에 현정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에 얽힌 일들, 좋았던 것이나 나빴던 일 그 어떤 것도 숨기지 말고 모두 써 내도록 했다. 처음에는 주저하며 내 말을 들으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픔을 감추고 있으면 그것은 계속 아픔으로 남을 뿐이다. 그것은 썩어져 곰팡이나 끼고 아무데도 써먹지 못할 악취인데 네 속에 그 고약한 아픔을 숨겨둘 이유가 있다면 말 해 보라고 했다. 현정은 몇 차례에 걸쳐 할머니로부터 시작해서 엄마, 아빠, 동생 현수와 모세, 사촌들, 어렸을 때 학교 선생들, 못되게 굴던 아이들, 유일한 친구 둘, 이런 저런 사람들까지 빽빽하게 10페이지가 넘게 써왔다. 그 일 하나하나를 가지고 우리는 많은 시간을 이야기 했다.     현정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시를 써오고 있다. 여기 현정의 시 몇 편을 들어 그가 무엇을 쓰고 있는가를 함께 엿보고자한다.

빗속을 걸어가도
조그마한 우산을 함께 쓸
당신이 있어
난 행복 합니다

한 사람은 왼편이
또 한 사람은 오른편이 젖어도
한 사람의 오른편이
또 한 사람의 왼편이
사랑으로 이어놓는 따스한 길

이 길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내일의 웃음을 머금게 하는
빗속의 길
함께 걸을 수 있어
우리는 행복합니다.

      -빗속을 거닐며- 전문

  이 시는 비 오는 날 김현정이 남편과 함께 우산을 받고 풀러튼에 있는 한 설렁탕 집엘 걸어갔다 와서 썼다고 했다. 함께 걸을 수 있어 행복한 일은 이 세상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이겠지만 이들 부부의 경우는 보다 절실한 것이다. 절름거리는 오른쪽 다리를 이끌고 앞을 볼 수 없는 남편을 끌안다시피 곁에 밀착시켜 걷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보다 멋있는 행복이 더 있을까 싶다.


  한 여름
  뜨거운 태양에 들어난
  강줄기처럼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훤히
  들켰으면 좋겠네.

             - 수줍음에 대하여 - 중에서


  현정은 남편을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 여성이다. 남편이 자신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자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감이 더욱 절실할 수 있겠지만 가슴에서 자꾸만 솟아오르고 있는 사랑,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 것, 그냥 확 들어나 알려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참 고운 시이다.


  아빠가 내 손을 그의 눈 속에
  집어넣는 순간
  난 그의 백열등이 되었지

             - 우리 두 사람 - 중에서

  아빠가 웨딩마치에 맞추어 이끌었던 신부의 손을 신랑에게 건네준다. 아, 그 신부의 강렬한 이 고백을 보라. 지금까지 이런 고백을 하며 신랑을 위한 각오를 보이는 시를 본 일이 없다. 더구나 신랑은 앞을 보지 못하니.... 이 시가 어디 앞을 못 보는 신랑에게만 해당 되겠는가.

  또한 김현정은 가정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일반적인 가정 구성의 요소가 무엇인가를 보다 깊게 파헤쳐내고 있다.

  똑딱 똑딱 똑딱....
  우리 집의 흥겨운 다듬이질 소리
  엄마와 할머니의 마주 앉은 대화일까
  스트레스해소 하는 소리일까

  누가 누구를 패는 건진 몰라도
  울음소리는 나지 않고
  똑딱 똑딱 똑딱....
  구수한 된장찌개가 끓고 있는 소리
  다듬이질 소리.

             - 다듬이질 소리 - 전문

  
  아이는 엄마에게
  평생을 책임지는 무거운 짐
  그래도 엄마는 웃기만 하네.

                - 엄마의 미소 - 중에서


  내 나이 불혹에 이르렀어도
  아빠에게 나는
  항상 어린아이

  ‘아버지’의 호칭보다
  ‘아빠’라는 호칭이 더 친근해
  “아빠-”하고 부르면
  “아직도 아빠야?”
  조용히 웃으시며 바라보시는 아버지

                 - 아버지날에 - 중에서


  난 내 동생 때문에 울진 않았어도
  그 애는 나 때문에
  마음이 아파 울었네

  나는 엄마 등에 업혀 살았어도
  신경이 죽어버린 내 한 쪽 발
  내 동생은 그 신발을 주워 들고 따라 왔네

                  - 자매 이야기 - 중에서



  김현정의 오늘이 있기까지 돌아가신 할머니와 부모님, 동생들 등 그를 위해 베풀어진 여러 여건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크게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다. 몸이 아프다. 그래서 더욱 요란스레 매달릴 것 같은, 그런 감성적 스타일과는 다르다. 신앙이 어떤 것인가를 확실히 알고 드리는 이지적(理智的)인 고백이라 할 수 있겠다.

  영어, 한국어, 일어, 불어....
  각국의 언어가 틀리듯
  매 주일 올려지는 강대상의 꽃들도
  모양, 색깔, 향기 ....
  모두 달라도 함께 웃으며
  하나님 동산의 문을 열어주네

  한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높고, 낮고, 잘나고, 못나고....
  아무 상관없이 함께 사랑하는 것
  이렇게 사랑하며 살면
  우리도 주일날 드려지는 강대상의 꽃

                      - 강대상의 꽃 - 전문

‘강대상의 꽃’에서는, 있는 그대로, 가진 그대로가 모여 한 목소리가 된다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자기 것만으로 전체를 색칠하여 드려지는 욕심과 이기적 주장과는 거리가 먼, 각자가 지닌 최선의 아름다움으로 함께 만들어내는 색깔 그대로 드려지는 순박한 찬양을 말하고 있다.


  “누가 내게 손을 대었느냐”
  다정히 물어보시는 주님의 음성
  난 그분을 만나려하네

  어릴 적 나의 꿈이었던 ‘전도사’
  아빠의 옥편을
  성경책인양 옆구리에 끼고
  동네 친구들을 불러 모아
  교회로 가곤 했지

  풍금에 맞추어 부르던 찬송가
  그 추억을 잊을 수 없는 것은
  나는
  그분의 옷자락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네.

                  - 그분의 옷자락 - 전문


  예수의 옷자락을 만진 그 간절함을 지금까지도 붙잡고 놓지 않는 여인의 모습은 한번 그의 옷자락을 만짐으로 병을 고침 받은 혈루 앓던 여인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붙잡고 늘어지는 그의 끈질김은 모르긴 몰라도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그러고도 남을 것이라 여겨진다. “얘, 이젠 그만 놔도 되겠다.” “예수님, 전 아닌데요.” 그럴 것만 같다.


  나는 Soprano 보다는
  Alto가 더 좋아

  교회의 성가대시절
  Soprano에 자리가 없어
  Alto의 자리로 밀려났었지
  그곳에서 나는 Alto의 음과 친해졌어

  Alto....
  높은 음을 도와
  그 음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자리

  여성의 음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점잖은 음
  
  Tenor와 Bass의 중간 역할로
  모든 음악의 터를 잡아 준다니
  나는 더 열심히 노래를 부르네.

              - Alto - 전문
                
  이 시 Alto에서 보는 자신의 희생은 스스로를 낮추는 일에서 시작되지 않고 ‘밀려 남’에서 발생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 안정을 찾는 신앙의 모습이다. 하나님은 이러한 찬양을 기뻐 받으신다는 것을 김현정은 이미 파악하고 있다.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나는 지금도 김현정만을 위한 강의를 따로 하고 있다. 아마도 이 일은 현정이 멀리 이사를 가거나 앓고 있는 간질병이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이어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 앓았던 병으로 말미암은 신체적 결함은 지금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 발생한 병은 현정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내적 문제에서 연유된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면 현정은 적어도 유산(流産)의 아픔 이전의 건강한 삶을 되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주제넘게도 현정의 먹는 식단까지도 간섭하고 있다. 불규칙한 식사를 바로 잡아주고 필요한 양분의 적절한 공급을 위해 심지어는 좋다는 비타민까지도 권해 먹도록 하고 있다. 정신적인 건강유지와 건강한 육체가 합쳐질 때 건강한 삶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김현정은 이렇게 노력하며 시를 쓰고 있다. 이 일로 웃음을 찾은 현정이는 이웃에게 그것을 나누고자 한다. 이 일은 주위에 있는 같은 처지의 더 많은 현정이들에게 알려져 그들 자신의 주위에 감돌고만 있는 기쁨을 끌어당기는 일이 되고 또한 그 기쁨을 그들 자신의 것으로 정착시키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일은 ‘아무나 써도’ 좋고 ‘아무렇게나’ 내놓는 것과는 거리가 먼 진정한 나눔의 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김현정,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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