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가 울었습니다

2003.06.20 01:20

문인귀 조회 수:285 추천:24

뻐꾸기가 울었습니다



그 뻐꾸기의 울음을 들은 것은
풀러톤에 사는 친구 집에서였습니다

창문은 열려 있었고
바람은 가끔씩
우리들의 대화에 끼어 들어
냅킨 자락을 들먹거리는 오후였습니다

장위동에 있는 공주능 어구에서
초여름을
나와 함께 즐기던 그 뻐꾸기
그 날은,
내가 그곳을 떠나 이민오기 전 날
소나무 등걸에 앉아 아무리 기다려도
딴청만 부리더니
서른 다섯 해를 넘어서야
지금 찾아와 우는 것은
마지막 이별이라도 예감되어서일까

친구는
거실에 걸려있는 벽시계를 눈짓했지만
그 날 나는
그 뻐꾸기의 울음을 듣는 것 외에
간절한 소망 더 없다싶어
뻐꾸기가 왔다,
뻐꾸기가 왔다고
끝내 고집하고 말았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 실상에 대하여 - 그림자.둘 문인귀 2003.07.02 216
21 허상에 대하여 -그림자.하나 문인귀 2003.07.02 203
20 거울을 보며 문인귀 2003.06.29 241
19 아직 떠도는 섬 문인귀 2003.06.25 215
» 뻐꾸기가 울었습니다 문인귀 2003.06.20 285
17 눈빛 있네 문인귀 2003.06.11 311
16 사막일지 * 하나 문인귀 2003.06.04 251
15 우리 엄마 문인귀 2003.05.10 251
14 욕쟁이 할머니 문인귀 2003.05.08 351
13 R 그렇고 말고요. 문인귀 2003.05.04 279
12 육순(六旬)의 노래 문인귀 2003.05.02 430
11 부재(不在) 문인귀 2003.04.17 212
10 길 . 둘 -이무기- 문인귀 2003.04.03 171
9 길 . 하나 문인귀 2003.04.02 175
8 진심이라는 것 문인귀 2003.03.31 235
7 방향감각 문인귀 2003.03.27 192
6 사랑 싫소(失笑) 문인귀 2003.03.26 266
5 좋아하는 시인 소개 - 이성선 문인귀 2003.03.20 815
4 촛불 문인귀 2003.03.20 272
3 봄 이슬 문인귀 2003.03.20 251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45,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