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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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6.08.23 11:12

휘둘리다

조회 수 73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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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다/오연희

모난 너
그 써늘한 첫만남의 기억은
까맣게 잊었다
마구 쏟아내는 내 마음의 소리
무한정 수용하는 너
진실된 것 헛된 것 가증스러운 것까지
모두 담아도
침묵할 줄 아는 네가 있어
안심이다
너를 부릴 줄 아는 것이
자랑스러운 세월
낡아져 가는 내 저장기능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잠시만 홀로 두어도 창문을 닫아걸고
죽은 듯이 잠잠한 너
그 섬뜩한 토라짐에
문고리 살짝 흔들어 생존을 확인한다
한숨 길게 돌리고 나면
‘증명하라’ 엄한 소리
서둘러 나를 입력시킨다
‘접속권한이 없습니다. 다시 시도해 주세요’
한치의 오차도 허용 않는 너
또박또박 나를 입력한 후
숨죽여 기다린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마다
얼만큼의 거리를 두는
결국은 모난 너에게
마냥 휘둘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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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엎치락 뒷치락

  2. 사우나탕에서

  3. 나이테

  4. 인터뷰

  5. 뭉클거림에 대하여

  6. 대추를 따며

  7. 우체통 앞에서

  8. 온실

  9. 사랑이 오염되다

  10. 말 걸기

  11. 휘둘리다

  12. -도종환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를 읽고-

  13. 지문을 찍으며

  14. 통마늘

  15. 인연

  16. Help Me

  17. 자카란타 꽃잎 떨구며

  18. 숨쉬는 것은 모두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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