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촉도(歸蜀途)/ 서정주
2014.05.08 03:25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어 줄걸, 슬은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구비 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귀촉도, 서정주 '설화와 불교의 접목/촉나라의 망제는 평소 자신이 신임했던 '별령'이라는 신하에게 배신을 당해 국외로 추방된다. 하루 아침에 황제의 자리에서 쫓겨난 그는 그만 화병을 얻어 타국에서 죽게 된다. 그 후 사람들은 망제가 죽어서 귀촉도가 되었다고 믿었다.
귀촉도는 저녁부터 새벽무렵까지 귀촉귀촉하며 촉나라를 몹시 그리워한다고 생각했다. 이 귀촉도에는 그리움과 한의 정서가 깊이 베어있다. 귀촉도 울음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문득 슬프게 만드는 애수성이 담겨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귀촉도 울음소리에 담긴 한의 정서를 자기화 했다. 귀촉도의 울음소리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면서 생긴 정한 투영하여 자신의 처절한 심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설화를 창조적으로 변형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에는 설화의 창조적 변용과 함께 불교적 내세관이 보인다. 서역과 파촉이라는 시어는 불교에서 말하는 서방정토와 관련이 있다. 현세의 보살들이 해탈하여 도달하게 되는 이상적인 내세가 바로 서방 정토이다. 이 서방정토는 쉽게 불교적 저승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자는 사랑하는 임이 죽어서 서방정토에 당연히 갔으리라고 믿는다.
이것은 화자가 대상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불교적을 극복하려했다는 방증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교적 내세관으로 임의 죽음을 극복하려는 화자의 노력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화자는 죽은 임이 가는 곳이 진달래 꽃비가 오고, 피리를 불며 가는 곳인 극락의 세계라고 믿었지만, 현세에 남겨진 화자는 이것도 큰 위안이 되지 못하고 임을 잃은 슬픔을 위로해주지 못한다.
화자는 극락정토에서 임이 자신을 기다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지도 않으며, 극락정토에서 재회하고픈 소망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다만 임이 부재하는 상황을 충실하게 슬퍼한다. 그래서 이 시는 불교적 내세관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으나, 그것에 대한 깊은 공감과 기대는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시는 아픔의 승화보다는 아픔 자체에 주목하고 있는 시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는 암송하거나 애송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람은 아픔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기 보다는 그 아픔을 어떻게 극복했느냐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어 줄걸, 슬은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구비 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귀촉도, 서정주 '설화와 불교의 접목/촉나라의 망제는 평소 자신이 신임했던 '별령'이라는 신하에게 배신을 당해 국외로 추방된다. 하루 아침에 황제의 자리에서 쫓겨난 그는 그만 화병을 얻어 타국에서 죽게 된다. 그 후 사람들은 망제가 죽어서 귀촉도가 되었다고 믿었다.
귀촉도는 저녁부터 새벽무렵까지 귀촉귀촉하며 촉나라를 몹시 그리워한다고 생각했다. 이 귀촉도에는 그리움과 한의 정서가 깊이 베어있다. 귀촉도 울음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문득 슬프게 만드는 애수성이 담겨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귀촉도 울음소리에 담긴 한의 정서를 자기화 했다. 귀촉도의 울음소리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면서 생긴 정한 투영하여 자신의 처절한 심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설화를 창조적으로 변형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에는 설화의 창조적 변용과 함께 불교적 내세관이 보인다. 서역과 파촉이라는 시어는 불교에서 말하는 서방정토와 관련이 있다. 현세의 보살들이 해탈하여 도달하게 되는 이상적인 내세가 바로 서방 정토이다. 이 서방정토는 쉽게 불교적 저승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자는 사랑하는 임이 죽어서 서방정토에 당연히 갔으리라고 믿는다.
이것은 화자가 대상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불교적을 극복하려했다는 방증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교적 내세관으로 임의 죽음을 극복하려는 화자의 노력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화자는 죽은 임이 가는 곳이 진달래 꽃비가 오고, 피리를 불며 가는 곳인 극락의 세계라고 믿었지만, 현세에 남겨진 화자는 이것도 큰 위안이 되지 못하고 임을 잃은 슬픔을 위로해주지 못한다.
화자는 극락정토에서 임이 자신을 기다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지도 않으며, 극락정토에서 재회하고픈 소망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다만 임이 부재하는 상황을 충실하게 슬퍼한다. 그래서 이 시는 불교적 내세관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으나, 그것에 대한 깊은 공감과 기대는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시는 아픔의 승화보다는 아픔 자체에 주목하고 있는 시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는 암송하거나 애송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람은 아픔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기 보다는 그 아픔을 어떻게 극복했느냐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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