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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X"의 이치(목사와 학위)

2016.12.15 03:59

최선호 조회 수:29

 

"×"의 이치(목사와 학위)

 


 며칠 전, 모 신학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고등학교 졸업 때 졸업생을 대표하여 답사를 내 손으로 직접 써서 읽은 적은 있으나 대학교 졸업식 축사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B. Th., M. A., M. Div. 그리고 Th. D. 등의 학위를 받고 졸업하는 학생 중에는 이미 중년을 넘은 분도 몇 분 있었다. 나의 눈빛은 사뭇 M. Div. 학위를 받는 분들을 응시하였다. 박사학위(Th. D.)를 받는 분은 이미 목회자가 된 분이지만 M. Div. 학위를 받는 분들은 목회자가 되려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서울에서 일류로 꼽히는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미주의 유수한 대학의 박사학위를 2개나 취득한 분으로 한인동포사회에 지도급 인사로 활동하는 분도 있었다.  

 "주님께서 제자를 부르실 때 석·박사를 부르시지 않았습니다. 바닷가 어부의 심정으로 돌아가십시오.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시려면 이 화려한 학위가운을 입고 다니실 수가 없습니다" 이 말이 내 입에서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목회자는 모름지기 학위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도 바울도 아덴에서의 설교에 실패한 후,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의 죽으심과 무덤에서의 부활만을 증거하겠다는 고백을 하였다. 이 고백이야말로 바울의 다메섹 사건에 못지 않은 내면적 변화가 아니겠는가!

 목회자의 학위는 훌륭한 목회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므로, 저서를 낼 경우라든가 강의를 해야할 위치에서는 독자나 학생에게 자기를 알리는 자료가 되어야겠지만 일단 목회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더 내면에 충실을 기해야 하리라는 생각이다. 성경에 학력을 돋보인 부분도 없거니와, 일류학벌은 그렇지 못한 학벌보다 사회기여도가 0.3% 정도 나을 수 있다는 인간경영학의 통계이고 보면 학벌은 그리 큰 자랑의 대상이라 할 수가 없다. 학벌보다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성실도가 앞서야 하고 특히 목회자에게는 밝고 깊은 신앙 영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학벌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믿음으로 얻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믿음(faith)은 주체와 객체의 합일에서 비롯된다. 즉 주님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주(主)와 객(客)의 합일은 더하기(+)로는 성취가 불가능하다. 주객(主客)이 되고 만다. 결국 1+1=1이 되지 못하고 1+1=2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와 객의 합일은 1×1=1이 되는 "×"의 이치를 터득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주님 안에 있게 되고 주님께서 내 안에 내주 하신다.


축사를 하는 자리이니까 "축하드립니다"란 말과 선지동산에서 신학연마의 노고에 대한 치하도 했지만 오히려 권면을 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할 말을 했다는 생각으로 단상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