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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벙어리 냉가슴

2016.12.11 15:22

최선호 조회 수:6

 

 

벙어리 냉가슴

 

 

 

  일석 이희승 교수의 저서 가운데 "벙어리 냉가슴"이라는 수필집이 있다. 전에는 벙어리 냉가슴이라는 말에 대한 실감조차 별로 하지 못하고 지냈었다. 물론, 그 말뜻이야 익히 알고도 남을 만은 했지만 그 말에서 오는 실감은 못 해 보았다는 말이다. 그런 가슴, 즉, 벙어리 냉가슴은 꼭 남의 것이란 생각만 했었다.

 

  이 말은 "벙어리 냉가슴 잃듯 한다"는 말에서 따온 말로 한국 속담 중의 하나다. 즉 남에게 말못할 어려운 사정이 있어 마음속으로만 혼자 애태우는 답답한 사정을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 요즈음 세상을 사는 사람 치고 벙어리 냉가슴 아닌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말못할 어려운 사정이 너무도 많다. 그러므로 속으로 혼자 애만 태우게 된다. 애를 태우는데도 불가슴이 아니라 싸늘한 냉가슴일 뿐이다. 그러니 얼마나 답답한 가슴이겠는가? 입이 있어도 벙어리일 뿐이다. 하고싶은 말도 못한다. 이 답답한 사정을 남에게 말하느니 보다 차라리 혼자 안고 살아야 할만큼 절박한 사연이 가슴마다 도사리고 있다. 이민동포들 거의가 그렇다. 주머니는 주머니대로 텅 비었고 가슴은 가슴대로 냉랭해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객들의 가슴도 말이 아닐 것이고, 김영삼 대통령의 가슴도 냉가슴일 것이 뻔하다.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얼음덩이처럼 굳어져서 쉽게 풀리지 않는 고민들이 가슴을 서늘케 하고 있다. 그러니 벙어리 아닌 벙어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R. 헐파다라는 사람은 "고민을 가볍게 하는 가장 훌륭한 치료법은 신임하는 사람에게 자기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W. James는 고민에 대한 최대의 양약은 종교적인 신앙이라고 했다.

 

  고민이 있을 때 조용히 무릎꿇고 하나님께 기도해 보고, 간절히 기도했는데도 냉가슴 그대로인가 확인해 보자.

   채근담에는
  "밭에 난 잡초를 뽑으니 그것으로써 또한 거름을 만들게 되듯이 사람의 고민도 그 잡초와 같은 존재이다. 뽑지 않고 내버려두면 무성하여 곡식을 해롭게 하지만 일찍이 서둘러서 뽑아버리면 곡식은 잘 자란다. 그리고 뽑은 잡초는 따로 거름이 될 수 있다. 논이나 밭에 잡초가 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나, 우리에게 뽑아 버릴 힘은 있지 않는가?"라고 했다.
 
  근심은 나날이 찾아와서 우리를 괴롭게 한다.  성경에는 서자문제, 자식 없음, 죽음, 환난, 빈궁함, 흉년과 기근, 건강에 대한 이상, 식물 문제, 시험, 강간당함, 실책, 질병, 고통과 고난, 술 취함, 지식, 의식주, 재물 등이 많은 사람들의 근심이 되고 있다는 말씀이 있다.

 

  성경 가운데 근심의 실례를 본다면 '의로운 상황 중에 낙심했던 일들이 있다.
  모세는 자기의 근심됨을 견디지 못해
  "주께서 내게 이같이 행하실진대 구하옵나니 내게 은혜를 베푸사 즉시 나를 죽여 나로 나의 곤고함을 보지 않게 하옵소서"라며 간구했다.

 

  여호수아는 여호수아서 7:7에
  "여호수아가 가로되 슬프도소이다 주 여호와여 내 백성을 인도하여 요단을 건너게 하시고 우리를 아모리 사람의 손에 붙여 멸망시키려 하셨나이까 우리가 요단 저 편을 족하게 거하였더면 좋을 뻔하였나이다."라며 고민했고,

 

   엘리야는 열왕기상서19:4에
   "스스로 광야에 들어가 하룻길쯤 행하고 한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죽기를 구하여 가로되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취하옵소서 나는 내 열조보다 낫지 못하나이다."라며 고민했다.
  
   욥은
  "내 영혼이 살기에 곤비하니 내 원통함을 발설하고 내 마음의 괴로운 대로 말하리라"(욥10:1)며 괴로움을 말했고,
  
   다윗은
   "내 하나님이여 내 영혼이 내 속에서 낙망이 되므로 내가 요단강과 헤르몬과 미살 산에서 주를 기억하나이다"(시42:6)라 했으며
 
   예레미야는
   "내게 재앙이로다 나의 모친이여 모친이 나를 온 세계에 다툼과 침을 당할 자로 낳으셨도다 내가 뀌어 주지도 아니 하였고 사람이 내게 뀌이지도 아니 하였건마는 다 나를 저주하는 도다"(렘15:10)라고 고민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큰 고민을 하셨다. 마태복음26:36에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않아 있으라' 하시고"
  베드로와 세베대의 두 아들을 데리고 가실 새 고민하고 슬퍼하사 이에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하시고 조금 나아가사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셨다고 했다.

 

  그러므로 고민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인가 보다. 예수 그리스도도 괴로울 때 기도하셨다.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셨다. 이 딱한 사정을 하나님께 아뢰는 순간이다.

 

  성도의 근심은 결국 기쁨으로 보상된다고 성경(사51:11)은 말씀한다. 조국을 위한 근심, 주를 위한 근심, 동족을 위한 근심, 교회를 위한 근심, 이런 근심을 하는 자들은 근심하는 자 같으나 기뻐함이라고 고린도후서 6:10에 말씀한다.

 

  우리의 모든 근심을 주님께 아뢰자.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톡톡 털어 다 내놓자. 의심이나 염려도 말고 우리의 고통을 주님 앞에 아주 맡겨 버리자. 그래서 벙어리 냉가슴 앓는 자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997. 4. 11. cns 녹음, 98. 12. 13. 크리스천헤럴드 3면 '빛과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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