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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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안정과 행복을 추구하는 언론



 인간 내부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언어가 발달하고 그것은 다시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로 독자적 위치를 형성하면서 인류문화 창조에 공헌해 왔다. 인류의 문화가 고도화 되어감에 따라 문자 매체로써 신문이 탄생되고 음성언어 매체로써 방송의 출현을 보게 되었다. 이 두 매체가 인류문화에 기여한 공로는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지만 전체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그 시행과정을 통해 사회에 유익을 끼치지 못했던 때도 있었던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말이나 글, 그 자체는 순수하지만 그것을 도구로 사용하는 인간에 의해 더러는 흉기로 둔갑하기도 한다. 최근만 하더라도 한인교포사회의 모 방송과 모 신문 사이에 야기된 문제로 자사(自社)의 입장을 지켜가기 위해 자제했었으면 좋았을 보도를 남용한 사실을 들 수 있겠다.

 누구의 잘 잘못을 가리자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누구의 잘 잘못이든 그 전말이 아주 명확하게 가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언론에 종사하는 자로서의 자성과 함께 보다 나은 방향을 전망해 보고자 하는 것뿐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신문이든 방송이든 그 매체의 주인은 독자와 청취자들이다. 그런데 요즈음 그 주인이 뒤바뀐 혼란을 겪게 된다. 운영의 출발은 개인이 했다 하더라도 일단 사회대중의 공익을 위한 매체로서의 본분을 담당했으면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사명으로만 일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분을 떠난 자세로 상대방의 단점만을 끄집어내어 시끌거리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가 없다.

 따라서 자기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남의 잘못만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데서 물의가 빚어졌음이 틀림없다. 언론이라 해도 또는 언론에 자유가 있다 해도 공익을 벗어난 행위는 이미 보도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디까지나 언론은 진실을 수반해야 하는 것이 그 생명이다. 조금이라도 거짓이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진실 또는 사실처럼 보도했다면, 이미 언론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며, 대중을 기만한 행위로써 용서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진실에서 먼 사실을 진실처럼 꾸며서 말하는 천 마디보다 진실 그대로의 한 마디가 더욱 대중을 감동시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추호라도 언론매체를 통해서 감정풀이를 하거나 자기의 이익만을 구하기 위하여 대중을 업고 나오려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한다.

 언론의 역사를 살펴볼 때 언론사간의 경쟁이 치열한 중에 서로 비방한 사실은 적지 않게 점철되어 왔다. 그것은 결국 대중의 이익에 앞서 자사(自社)의 이익추구에 분별력을 잃고 대중을 피곤하게 만드는 행위에 불과했다.

 최근 교포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언론들로 하여 우리 모두에게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외롭고 고달픈 피곤에 매여 이민생활을 개척하는 교포들을 더욱 피로하게 만드는 언론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문제다. 해당 언론사는 교포사회에 충정 어린 뉘우침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착실한 역군으로서의 새 출발을 힘차게 펴므로써 교포사회에 새롭게 인정받아 다시 태어나는 아픔과 감격을 창조해야 한다. 그러므로써 우리 문화에 진실이 꽃피는 새 시대가 와야겠다. 말이나 글로 재주부리는 우물안 개구리에서 뛰어나와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순수한 우리의 목청을 높여야 할 때다. 화목하고 밝고 따뜻한 희망의 세계로 파도처럼 밀고 나가는 언론이 한없이 그리워짐은 자타의 공인 사실이다.

 교민들의 안정과 행복을 추구하며, 진실을 바탕으로 신속 정확 공정에 목숨 거는 언론이 우리 곁에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밝아 질 것이다.(1993.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