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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

2016.12.13 15:05

최선호 조회 수:27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

 

 


  미국에 살면서 종종 싸인(sign)을 하게 된다. 싸인을 하는 것도 문화생활의 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그 싸인 속에, 또는 싸인을 하는 행위 속에, 뿐만 아니라 싸인을 한 후에 이미 해 놓은 싸인과 그 관계된 사람 사이에 그에 알맞은 정신문화가 흐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싸인은 약속이다. 싸인은 자기의 교양일 수도 있고, 능력일 수도 있고, 소망일 수도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자기의 인격일 수도 있다. 즉, 자신을 나타내는 신용과 믿음을 싸인으로 표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싸인을 잘못해서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싸인을 잘 해서 출세하는 사람도 있다.

 

  싸인을 하고 난 다음에는, 싸인을 한 사람이나 싸인을 받은 사람은 싸인을 하기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지게 마련이고, 심리적 변화는 물론 심지어 행동의 변화까지 일게 마련이다.

 

  짤막하게 꾸불꾸불 몇 글자를 흘려 쓴 그것 때문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 인생까지 달라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것은 믿음, 아니면 믿음을 가장한 표시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믿음을 싸인으로 표시하는 것은 도장을 사용하는 일과 같은 책임을 느끼지만 도장보다는 싸인이 훨씬 편리하다. 도장을 사용할 때마다 인주도 있어야 한다. 도장이나 인주, 이것들은 물건이기 때문에 항상 지니고 다니기가 쉽지 않다. 인감으로 쓰던 도장을 잃어버렸을 경우는 동회나 면사무소에 가서 분실신고를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인감도 여러 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가면 어느 경우에 어떤 인감을 사용해야 하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려 난처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싸인은 분실될 염려가 없다. 언제 어디서나 사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매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싸인이다.

 

  그런데 싸인보다 더 편리한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믿음'이다. 겉으로는 얼른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속임 없이 훈훈한 아름다움을 보장해 주는 믿음이다.

 

  도장은 싸인보다 불편하다지만 믿음보다 불편한 것이 싸인이고 보면, 가장 편리한 것은 믿음이다.

 

  사실, 도장도 모방이 가능하고 싸인도 모방이 가능하다. 심지어 지폐까지도 모방해 내는 판국이고 보면, 도장도 싸인도 확실히 믿을 수 있는 대상은 못된다. 그러나 믿음은 모방이 안 된다. 분명히 자신만의 것이다. 지문보다 정확한 것이 믿음이다.
 
  현대사회는 믿음보다는 도장이나 싸인이 판을 치는 세상 같다. 믿음 없이도 싸인만 하면 통하는 세상이다. 믿음 없는 세상!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대상을 바르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힘은 믿음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에 모방이 불가능하다.

 

  개인과 개인, 가정과 가정, 사회와 사회, 나라와 나라가 진정한 믿음으로 믿고 사는 세상, 얼마나 아름답고 마음 놓이는 일이겠는가! 도장 찍고 싸인해도 믿음이 없으면 사회는 밝아지기 어렵다. 오직 믿음이 살아서 역사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1994.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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