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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우리의 시민권

2016.12.13 15:37

최선호 조회 수:39

 

 

우리의 시민권

 

 

 

진달래 피고 뻐꾹새 우는 고향산천을 떠나 이역만리 이민광야에 와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하루하루는 고달프기 그지없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설프고, 골탕 먹고,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리둥절하고,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속은 있어도 표현할 길이 없다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마는 억울하고 원통한 일들이 우리들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우리의 삶은 외롭다. 고향살림보다 몇 갑절 힘이 든다. 고생스럽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뜨거운 결심을 했다가도 나도 모르게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 같은 심정으로 되돌아가고 마는 것이 우리의 이민 살이 인가 싶다. 특히, 요즈음에는 사회복지혜택 삭감이라는, 소위 영주권자 웰페어지급 중단 같은 엄청난 법안이 가슴을 서늘케 하고 있다. 이민사회가 도마 위에 놓인 셈이다.

 

뿐만 아니다.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경제불황,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진로문제 등이 대추나무 연 걸리듯 걸려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를 정든 고향산천을 떠나 이 나라에 보내실 때는 그만한 뜻이 있으셨음이 분명하다. 어떤 이민자는 고국을 떠나기 전부터 이민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발견했고, 또 어떤 이는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도중 높은 하늘 상공에서 이민의 사명을 발견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이민광야에 살면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5년, 10년을 살면서도 이민을 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지 못한 이들도 있으리라. 아직까지 발견이 안 되었다 해서 그 분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일이든 모레든, 아니면 내년이든 후년이든 분명히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되리라.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를 이민 보내실 때 미국에 흡수, 동화되라고 보내신 것이 아니라 미국을 말씀으로 정복하라고 보내신 줄 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에서 구출하여 가나안 땅으로 보내시면서 가나안에 흡수, 동화되라고 보내신 것이 아니라 가나안을 정복하라고 보내셨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민족은 하나님 말씀을 전하기에 알맞은 민족이며 순수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타민족을 비방하거나 침략한 사실이 없는 예의 바른 만족이다. 그러므로 약삭빠르게 미국에 흡수, 동화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복음으로 정복하는 일이다. 복음은 무기나 물질, 또는 정치가 아니다. 하나님 말씀을 따라 바르게, 아름답게, 위대하게 살아가는 일이다. 또한 하나님의 뜻을 세우는 일이다.

 

이와 같이 중차대한 사명이 우리에게 지워진 이상, 실망이나 좌절이 있을 수 없다. 낙담이나 고민에 빠져서도 안 된다. 그 사명을 양 어깨에 지고 사뭇 그 길을 달려나갈 뿐이다. 현실이 어렵다고 절망해선 안 된다. 한 번 절망은 그 절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더욱 크고 무서운 바닥으로 우리를 추락시키고 말 뿐이다.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 고 성경은 이르고 있다.

고향에 흐르는 앞내나 뒷도랑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본 적이 있다. 비 온 끝에 도랑이나 냇물이 불면 통발이나 체 따위를 거꾸로 대놓았다가 잠시 후, 건져 올려 보면 붕어 송사리 등이 달박달박하게 건져진다. 그 물고기들은 미물일지라도 후퇴를 모르는 것들이다. 아무리 세찬 물살이라도 뚫고 앞으로 앞으로 거슬러 전진해 가는 투지가 있다. 흘러오는 물살을 향해 몸을 꼿꼿이 세운다. 그 작은 것들이 어떻게 해서 그런 투지를 발휘하는가.

 

그들이 거슬러 오르는 물살 속에는 역류하는 작은 물살이 있기 때문에 그 역류하는 물살을 이용하여 물살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도 전진해야 한다. 삶의 현장에서 역류하는 물살을 타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웰페어를 못 탄다 해서 추호라도 노인을 구박해선 안 된다. 이런 제도의 변화로 우리의 삶이 흔들리거나 노인들의 거처가 불분명해져서도 안 된다.

 

이렇게 풍랑이 심한 현실에서 우리가 안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미국을 의지하는 것인가? 아니다. 그러면 돈이나 무기에 의지해야 하는가? 그것은 더욱 아니다. 우리의 살길은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까지 당했던 설움이나 비극은 모두 잊고, 이제부터는 주님을 경험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의 영원한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 우리가 처해 있는 미국은 잠시 머무는 곳이다. 머무는 곳에는 진정한 안식이 없다. 그날 그날의 고난은 우리의 삶을 바로 세우는 디딤돌이 되어야 하겠다.(1996.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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