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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한 기독언론인의 죽음

2016.12.13 15:45

최선호 조회 수:68

 

 

한 기독언론인의 죽음

 

 

 

  미주크리스챤신문 발행인 김순명 목사가 지난 15일 하오 9시 40분경, 텍사스 칼린지역 연합집회를 마친 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사람이 이 땅에 왔다가 떠나는 일은 정한 이치이지만 5십대 중반, 한창 일할 나이에 시름시름 앓던 분도 아닌 그가 갑자기 세상을 하직한데 대해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필자가 김 목사를 처음 만난 때는 1961년 봄이었다. 그 해 군에서 제대를 하고 의정부교회 강신재 목사의 청으로 교회 일을 도우러 갔다가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순명 원장을 만났다. 그는 60여 소년소녀 고아들을 데리고 말로 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 여름 장마철이면 새는 비를 막아야 했고 겨울이면 설한풍을 막아 주어야 했다. 입을 옷도 마련해 주고 자고 새면 먹어야 할 원생들과의 끼니를 위해 김 원장과 원생들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구두닦이통을 메고 거리로 나가서 구두도 닦았다. 철을 만나면 시장에 나가 야채장사도 했다. 저녁이면 원생들을 야간학교에 데리고 가서 공부를 시키고 끝나기를 가다려 데리고 가곤 했다.


  1962년, 김 원장은 의정부서부교회를 개척했다. 맨주먹으로 시작한 일이나 다름 없었다. 오랜 기도 끝에 허름한 건물을 얻어 김 원장 손수 수리를 했다. 비가 새는 곳은 고치고 목사님 모실 방도 자신이 꾸미고 도배도 자신이 했다. 30 년이 지난 지금 의정부서부교회는 크게 성장한 가운데 많은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줄 안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어디서 그런 인간애와 신앙심이 싹 텄는지, 얼른 알아차려지지 않을 만큼 강한 신념과 의지로 신앙을 지키며 실천적 사랑을 베풀었다.


  1978년 유학차 도미하여 애리조나 피닉스 한인침례교회, 투산 한인침례교회, 샌안토니오한인침례교회 등을 개척 시무했던 김 목사는 1982년 LA에 정착하면서 미주크리스찬신문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기독교 서적센터도 운영하면서 서적판매도 겸했다.


  그는 고아원 원장이었고 서적센터 주인이었고 신문 발행인이며 목사였다.


  고난 중에 그를 이끌어 준 것은 오르지 그가 간직한 신앙의 힘이었다. 신문사와 서적센터를 운영하면서 한국기독교 백년 역사에 획을 긋는 일도 했다. 한영성경과 한영찬송가를 제작 보급한 일이 그것이다.


  미주는 물론 아시아 여러 지역을 누비며 이단퇴치 복음증거 및 신문과 서적보급을 위해 쉴 날이 없었다. 1년이면 10달은 외지에서 사역하고 가정이 있는 LA는 여관 정도로 머물던 곳이었다니 그의 선교적 충정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문서선교를 위한 신문 발행인으로 당한 경제적 고통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신문사 운영이 너무 어려워 미주 내 8백여 한인교회에 문서선교 헌금으로 50불 씩만 도와 달라고 간곡한 편지를 냈는데 한 교회도 반응이 없었습디다. 이런 형    편도 모르고 모 인사는 다른 기독언론지를 내겠다고 성급하게 나서는데 물론 창간도 좋지만 차라리 어려움에 허덕이는 기존 언론사들이나 도와줬으면 얼마나 좋겠소'라고.
 
  이것은 그가 당한 어려움의 단면이다. 이토록 어려운 형편을 형편으로 알지 않고 이단퇴치 교포복음화 교계정상화 교민정착화의 사명에 신명을 바쳐 가슴 속에 꺼지지 않는 불덩이를 안고 지침 없이 불철주야 외길로만 뛴 기독언론인 김순명 목사. 그는 죽어서도 사랑의 불을 끌 줄 몰랐다.


  안구와 신장, 간장 등을 도려내어 남을 위해 기증했다. 신장 2개로 각각 두 사람의 생명을 건지고 간을 이식하여 또 한 생명을 구했다. 그가 기증한 안구로 이식 받는 분은 곧 밝은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인생의 밑바닥에서부터 뛰어 하늘나라까지 뛰어 오른 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이미 부르심을 입었지만 그가 달리던 외길, 기독언론인으로서 외치던 카랑카랑한 음성은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1992.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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