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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안녕 또 안녕

2016.12.13 12:08

최선호 조회 수:13

 

안녕 또 안녕

 

 

 

  요새 사람들은 절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절을 잘해서 성공한 사람도 있고, 불행을 행복으로 바꿔놓은 사람들도 상당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옛 사람은 절할 자리를 기막히게 소중히 여겨서, 아니할 곳에서는 허리는 굽힐망정 절은 하지 않았다는 일화도 적지 않다. 절은 인사요, 인사는 생활에 필요 불가결한 요소로서 거의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언어의 첫 얼굴은 인사말이다. 그래서 외국어를 배울 때 맨 먼저 인사법을 익히지 않는가!

 

  "굳 바이"는 헤어질 때 쓰는 인사말이다. 그러나 키프로스 (영어로는 사이프러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1914)됨과 동시에 영국의 식민지가 된, 지중해에서 세 번째 가는 섬)에서는 만났을 때에도 "굳 바이"라고 하며, "굳 모오닝"과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키프로스에서 희영사전(希英辭典)을 만들 때 그만 번역을  잘못해서 "굳 바이"를 만날 때 하는 인사라고 풀이하여, 이 습관이 굳어졌는데 이를 알고 사전을 정정하였는데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A. 모르아는 '북부에서 동양으로'라는 글 속에서 "내가 지금까지 들어온 모든 작별 인사 중에서 '반드시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라는 뜻을 가진 일본의 '사요나라'만큼 아름다운 말은 없다. '아우프 비인데트 제엔'과는 달리 그것은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어떤 허세나 이별의 슬픔을 연장하기 위한 어떤 진정제를 가짐으로써 스스로를 기만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버지의 작별 인사인 '내 아들이여, 이 세상에 나가 처신을 잘하라.'라는 뜻인 '페어 웰'처럼 문제를 회피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페어 웰'은 격려요 훈계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순간의 의의를 간과하고 있다. 이별에 대해 아무 언급도 없는 것이다. '굳 바이'와 '아디오스'는 너무나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그 말들은 서로 헤어져 있는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고 하며 이별을 부정하려고 한다. 굳 바이는 '당신은 가서는 안됩니다. 나는 당신이 가는 것을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보호도 없이 혼자 가시게 놔두지는 않겠습니다. 하나님이 당신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라는 일종의 기도이다. 그러나 사요나라는 너무 적게나 너무 많이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단순히 사실을 받아들일 뿐이다. 인생에 대한 이해는 그것의 한계를 아는 것이다. 모든 감정과 감정의 쌓임은 그 배후에 쌓여져 있다. '사요나라'는 말해지지 않는 굳 바이요, 악수할 때 손을 지긋이 누르는 것이다"라 했다.

 

  아프리카 사람은 "스커트와 돈과 부동산을..."하고 말하면서 애정을 지닌 태도로 작별 인사를 하고, 페르샤 사람은 "알라신의 은혜로 당신의 코에 살이 찌기를...",
  또 어린아이를 하늘이 베푼 제일 큰 은혜로 생각한다는 타할 사람은 이별할 때 "당신의 침대가 아이들로 충만하고 당신은 감기에 걸리지 않기를...", 이라크 사람은 "당신이 열 두 명의 아이를 갖게 되기를..."하고 인사를 하며, 베레게 사람은 "당신은 목이 길고 살진 아내를 얻도록..."하는 말의 작별 인사를 한다고 한다.

 

  한국인의 인사법은 참으로 다양하고 그에 따른 언어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굳이 한 단어로 요약해 본다면 "안녕"이다. '평안'의 경칭으로, 주로 헤어질 때 쓰는 말이지만, 만날 때나 헤어질 때 '안녕'을 사용하면 무리 없는 인사가 된다. 만날 때의 안녕은 '그간 평안했느냐' 이고, 헤어질 때의 안녕은 평안을 비는 말이다.

 

  한국군이 월남전에 파병될 때 우리는 '안녕'을 외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또한 우리가 이민의 길을 떠날 때도 김포공항에 마중 나온 이들은 손을 잡고 안녕을 빌어 주었다. 포탄이 비오듯하는 전장으로 떠나건, 뼈 빠지게 고생하는 이민광야로 나서건 헤어지는 순간마다 안녕을 최상의 선물로 안겨주었다.

 

  그렇다! 고통 속에도 '안녕'은 있는 것이다. 안녕은 주머니 속에 있지 않고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1995.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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