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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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조국 하늘에 꽃구름

2016.12.13 11:53

최선호 조회 수:10

 

 

조국 하늘에 꽃구름

 

 

 

 

  한 포기의 풀이라도 제 명을 다 하지 못하고 죽어 가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다. 하물며 인간사에 있어서랴! 자기의 생애를 다 살지 못하고 귀한 목숨을 남에 의해 잘리며 비명에 가는 아픔이야말로 더 말할 나위조차 없다. 인류역사 아니, 우리 나라 역사만 살펴보아도 이런 끔찍한 사연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몸은 비록 남에게 끌려갈 망정, 남에게 매어 죽임을 당할 망정, 가족이 깡그리 몰살을 당할 망정, 끝까지 굽히지 않은 그 매운 정신이 우리 역사의 갈피에서 감기지 않는 눈을 뜨고 있다. 지금도 분명하게 들려오지 않는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 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 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이것들은 정몽주와 성삼문의 피 어린 단심을 노래한 마지막 육성이다.

 

  정몽주는 려말 충신으로 의창을 세워 빈민을 구제하고 사회 윤리와 도덕의 합리화를 기하며 개성에 5부 학당을 두고 교육진흥을 도모하는 한편 법질서의 확립을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외교와 군사 면에도 깊이 관여하여 국운을 바로 잡으려 했으나 신흥세력의 손에 최후를 맞고 말았다.

 

  세종의 총애를 받던 성삼문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 중국을 열 세 번이나 내왕하면서 음운을 연구, 그 정확을 기한 끝에 1446년 9월 29일에 훈민정음을 반포케 하였다.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자 단종 복위를 협의한 혐의로 부친(승)과 세 동생(삼빙, 삼고, 삼성)과 네 아들(맹첨, 맹년, 맹종, 갓난아기)까지 모두 극형에 살해되었다.

 

  그러나 정몽주와 성삼문은 그런 세상을 원망하거나 비탄치 않고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혹은 공포에 떨면서 이런 싯구를 읊은 게 아니라 당당, 의젓하게 추호의 떨림이나 조금치도 비겁의 섞임이 없이 그야말로 순수 그대로 목숨의 진액이 착색된 꽃빛 구름 한 점을 조국의 하늘, 높푸른 창공에 띄워 놓았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은 아니다. 자기의 이익이나 명예, 권력을 위한 것은 더욱 아니다. 오직 그 맑은 가슴에 품은 바 충정 어린 일편단심일 뿐이다.

 

  어느 민족 어느 역사에서 이런 고귀한 빛깔을 쉽사리 찾아 볼 수 있단 말인가. 누가 뭐라 한대도 우리 민족은 이와 같이 신명을 걸고 뜻을 굽히지 않은 훌륭한 멋쟁이 선조들을 많이 가진 민족이다.

 

  헌데,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일편단심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의 피와 살이 진토 되더라도 진실로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무엇으로 독야청청 해야 할 것인가.

 

  다시 우리의 옷깃을 여며 보자. 일찍이 하나님을 몰랐던 우리 조상들이었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민족, 우리 조상이 남의 민족, 남의 조상만 못한 것이 무엇인가.

 

  이스라엘 백성들 모두가 아브라함의 자손임에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기지고 있고, 디모데의 조상이 신앙적으로 훌륭했음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또한 그들이 당한 고난도 잘 알고 있다.

 

  이민의 땅에 사는 우리들도 당장은 실패하는 것 같으나 실패가 아니다. 앞이 캄캄한 것 같으나, 목숨과 몸이 한꺼번에 끌려가는 것 같으나, 생활의 개척자로서 역사의 창조자로서 다른 이들이 미처 가지 못한 길을 헤쳐 나아가야 하겠기에 그 만한 고난이 닥쳐 올 뿐이다.

 

  우리 민족은 착하고 지혜롭다. 용기 있고 불의에 강한 민족이므로 실패에 굴하지 않는 민족이다. 보다 원대한 하늘의 명령에 순종하는 민족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앞장 설 자격이 있는 민족, 선구자적 민족이다.

 

 성경(신32:7)은 이렇게 우리를 일깨운다.
 "아득한 옛날을 회상해 보아라. 선조 대대로 지나온 세월을 더듬어 보아라. 너희 아비에게 물어 보아라. 그가 가르쳐 주리라. 노인들에게 물어 보아라. 그들이 일러  주리라."고.

 

 한 포기의 풀, 한 덩이의 흙에까지 따뜻한 정성을 쏟아 이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갈 민족이며 후손이 바로 우리임을 자부하면서 멀리 조국 하늘에 뜬 꽃구름을 우리 가슴의 하늘에 다시금 띄워 본다.(1994.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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