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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새학기를 맞으며

2016.12.13 15:22

최선호 조회 수:14

 

 

새 학기를 맞으며

 

 

 


  동진(東晋)에 차윤(車胤)이란 소년은 몹시 가난했지만 공부를 열심히 했다. 등불을 켜는데 쓰는 기름을 넉넉히 살 수가 없어서 여름철에 반딧불을 모아서 책을 읽었다. 그는 후에 상서랑(尙書郞)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같은 무렵 손강(孫康)이라는 가난한 소년은 겨울이 되면 창문에 눈빛을 이용하여 공부를 해서 후에 어사대부(御史大夫)라는 고급관리로 출세를 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합쳐저서 고학역행하여 보답을 받은 것을 '형설의 공(螢雪之功)'이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진서(晋書)에 쓰여있다.

 

  오늘날도 형설의 공을 이루는 이들이 적지 않게 많다. 부모와 자녀가 합력하여 어려운 이민의 고통을 치르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우려 학업을 이수하고 그를 인정하는 졸업식에서 빛나는 졸업장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학술에 능하거나 어떤 학문분야를 깊이 연구한 공적이 있는 이들을 표창하기 위한 칭호로써 학사, 석사, 박사, 명예박사 등을 총장 또는 학장이 수여한다.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이냐!

 

  여름방학으로 잠잠해 있던 각급 학교들이 가을학기의 문을 활짝 열었다. 교육자들이나 피교육자들은 단단한 각오로 교육현장에 부여된 임무와 충실을 기하기 시작한 줄 한다.

 

  교육이란 배우고 가르치며 인간을 인간이 원하는 계단까지 인도해 내는 제반행위를 말한다. 교육자의 의도, 교육의 방법, 교육환경이나 장소 등에 따라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지만, 의도적이건 의도적이 아니건 성숙자가 미성숙자들의 인간형성에 지대한 구실을 하므로 인간의 성장 발달이 성숙자들의 영향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자와 피교육자 사이에 가르치고 배우는 내용만 있으면 교육은 형성된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만 하면, 원하는 교육과정을 이수만 하면, 인간이 다 되는 줄로 착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민가정은 더욱 그렇다. 부모들은 생계유지에 급급한 나머지 자녀를 돌볼 겨를이 없다. 관심이 없는 바는 아니나 학교에 보내는 것만으로 만족을 삼으려는 이들이 꽤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자녀를 키우다 보면 빛나는 졸업장은커녕 중도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게 된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바로 이 문제에 착안해서 관심을 쏟아야 한다. 능히 학업을 마치고도 남을 두뇌와 품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칫 잘못하여 딴 길로 발길을 돌리게 되는 경우를 남의 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언제나 우수하게, 또는 평범하게 자기를 형성해 가는 이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의 착각이나 무성의 속에서 뒤로 처지는 낙오자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일단 곁길로 들어선 자녀를 바로잡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각급 학교들이 새 학기의 문을 열었으니, 교육자나 피교육자 사이의 책임만이 아니라 가정은 물론 사회가 합력하여 이 교육활동을 돕고, 자기의 자녀들에게 학습의욕과 배우는 자세를 가지고 바른 사람으로 성장되어 가도록 밀어 주어야겠다.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자녀교육 때문에 이민 왔다는 말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하겠다.

 

  학교가 해 내는 교육활동은 인생 전체에서 극히 작은 획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나머지 전부를 가정에서 채워주어야 한다면 과장일까? 어려운 이민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가르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적인 「형설의 공」이 속속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1993.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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