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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목사와 장로

2016.12.13 04:30

최선호 조회 수:6

 

 

목사와 장로

 

 

   "목사는 목사, 장로는 장로이어야 한다."
  이 말은 하나의 명제로는 좀 부족한 면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목사와 장로를 구분하여 붙인 말일 뿐이다.
  겉으로는 "목사님, 목사님"하면서 속은 목사 위에 올라가 앉아 있는 장로가 있다면 그를 온전한 장로라 할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목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앞바퀴는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언제나 앞바퀴이어야 하고, 뒷바퀴 또한 뒷바퀴로서의 구실만 하면 된다. 그 둘 중에 어느 하나도 독립되어 존재할 수는 없다. 목사는 목사일 때, 장로는 장로일 때 그 지닌 바 아름다움이 솟아나게 마련이다. 목사와 장로 사이에는 너무 가깝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아름다운 강이 흘러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은혜와 사랑의 강이다. 아무리 가까운 부부 사이라도 남편은 남편, 아내는 아내로서의 바른 구분이 있듯이 목사와 장로 사이에도 '別'이 있는 법. 이렇듯 아름다운 개성들이 합력하여 선을 이룰 때 주님은 기뻐하신다. 합금이 순금보다 강한 이유는 바로 이런 이치가 아니겠는가? 교회의 분쟁이 들려올 때마다 이런 평범한 이치를 되 뇌이게 된다.

 

  무슨 곤란한 일이 부닥쳤을 때,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급히 서두르거나 쉽사리 흥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일, 또는 모레까지도 계속 참고 기다리는 은근과 끈기로 견디어 낸다. 사람의 두뇌로써 해결할 수 없는 문제까지도 가끔 시간이 해결해 주는 지혜를 경험이 많은 사람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만 참고 견디어 지나도 선. 악간에 사정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오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우선 하룻밤 푹 자고 내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상책일 수도 있다. 곤란한 문제일수록 조급히 서두르지 말고,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조용히 바라보는 것도 매우 현명한 일이다.

 

  우리네 속담에도 "밤 잔 원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곤란을 넘어선 다음엔 안식이 기다리고 있다. 누구든지 곤란을 겪을 때, 이웃의 도움을 빌리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인내와 성찰을 가지고 해결하는 스스로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톨스토이는 "마음이 괴로운 상태에 있을 때는 하나님을 제외한 아무에게도 그것을 말하거나 하소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말의 속뜻에는 조용히 무릎꿇고 기도하라는 의미가 들어있는 줄 안다.

 

  목사도 장로도, 그 외에 어느 누구도 실족하지 말고 지혜롭게 헤어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낸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만약 그렇지 못하고 서로 다투거나 헐뜯거나 하면 너.나 없이 똑같이 미련퉁이가 되고 말 뿐이다.

 

  사람은 경우에 따라 각각 상반된 의견과 두 개의 얼굴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진실의 얼굴과 가실의 얼굴이 그것이다. 가실은 사실에도 못 미치는 거짓이지마는 사실이라 해서 그 자체가 모두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실은 그 사실을 인간의 내부에 다시 받아들여 인격과 심령과 애정으로 걸러낸 참 사실이 바로 진실이 되는 것이다. 진실을 진실로 믿지 않고 오히려 가실을 진실로 믿으려는 데 문제가 있다.

 

 어쨌거나 의인은 법으로 살지 않는다. 믿음으로 산다. 아름다운 인간관계는 존경과 사랑, 이해와 협조로 향기를 풍기는 개성을 지녀야 하겠기에, 이렇게 본다면 "목사는 목사, 장로는 장로이어야 한다"는 명제의 성립은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1997.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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