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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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피에트로 반디네리

2016.12.12 14:57

최선호 조회 수:23

 

 

피에트로 반디네리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의 하나이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델을 찾기 위해서 무척 애를 쓰다가 교회의 성가대원인 피에트로 반디네리라는 청년을 만났다. 다빈치에 의해 예수 그리스도의 모델이 된 피에트로는 그 후 로마에 가서 음악공부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탕자로 변하고 말았다. 과거에는 말할 수 없이 고상했던 그의 얼굴에 어느덧 죄의 자취가 드러나 있었다.
 

  다빈치는 그 동안 '최후의 만찬'을 거의 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룟 유다 한 사람을 그려 넣기 위하여 몹시 흉악한 모델을 찾아 나섰다. 드디어 다빈치는 자기가 찾고 있는 악독한 얼굴을 만나게 되었고 결국 그림을 완성했다.

 

  그 후에 알고 보니 가롯 유다의 모델이 되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모델이었던 그 피에트로였다.

사람은 이렇게 변화되기도 하고 반면에 죄인이 성화 되기도 한다.

  로스앤젤레스를 중심한 피에트로들이 일시에 유리창을 깨고 철문을 부수고 물건을 훔쳐 달아나고 불을 지르고 심지어 총질까지 했다. 수많은 재산이 삽시에 재가 되고 생명마저 빼앗고 많은 부상자들을 내었다. 우리의 이웃인 줄로만 알았던 피에트로들이 이토록 엄청난 4.29의 비극을 저질렀다.

 문화와 가치관의 바탕이 똑같지 않기 때문에 관점의 차이도 없지는 않겠지만 너 나 없이 아픈 현실을 앓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의 기둥을 허물고 우리의 살과 피를 찢어 말리려 해도 쉽사리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산전수전 겪는 세월 속에 피와 땀으로 주초를 놓았고기둥을 세웠기에 망나니 같은 자들의 소행으로는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는다.

 우리 한인들은 로스앤젤레스평화대행진에 10만여 인파가 모여 멋진 질서와 협동을 한 덩어리로 뭉쳐 난국을 타개하는 노력으로 여기저기서 빛과 보람의 시간들을 엮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기의 책임을 남에게 돌리고 심지어 희생까지 강요하며 잔인 무도한 행동을 하고도 뉘우칠 줄 모르고 오히려 자긍심을 갖는 무리들을, 말도 안 되는 목청을 돋우며 행동 아닌 난동으로 낮과 밤을 가릴 줄 모르는 개인이나 집단들을, 어린양처럼 희생의 쓴잔을 마시는 사람의 가난한 마음에 돌을 던지는 불한당들을 불쌍히 여기고 '용서하자'는 너그러운 사랑의 다짐도 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달리시면서 자신에게 못을 박는 무리들을 위하여 기도하셨다. 스데반도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지는 자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며 숨을 거두었다.

  비록 이민광야에 살고 있을지라도 우리의 오아시스를 건설하는 원동력은 사랑의 주인의식이다. 현실도피를 꾀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이미 패배자다. 오히려 저 피에트로들을 위하여 기도하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아름다움이 요구되고 있다.

 역 이민을 꿈꾸거나 자포자기할 것이 아니라 피에트로들을 다시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바꾸는 믿음의 사랑 실천에 앞장선다면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그 유명한 명화를 남겼듯이 우리는 자손만대 축복 받는 역사를 남기게 된다. (199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