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 이병기 시인作/ 젖
2004.11.21 06:18
젖
가람 이 병기
나의 무릎을 베고 마지막 누우시던 날
쓰린 괴로움을 말도 차마 못 하시고
매었던 옷고름 풀고 가슴 내어 뵈더이다.
까만 젖꼭지는 옛날과 같으오이다
나와 나의 동기 어리던 팔구 남매
따뜻한 품 안에 안겨 이 젖 물고 크더이다.
가람 이병기 선생님의 대표적 시조 작품이다. 우리는 본성을 따라 산다 .
그 본성은 아마 이 시조에 담긴 내용 그대로일 것이다. 세상 어느 것 하나
그 소중함이 모자랄 것인가 마는 살면서 부모에 대한 孝心은 해도 해도
모자라는 것인가 보다. 나 또한 그러한 일면의 罪人이 되여 살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은 다 부모에 대한 죄의식을 갖는다. 시란 본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고 꾸밈이 없을 때 아름다운가 보다. 이 젖이라는 시조 한
편 속에 그 섭리를 느끼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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