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시인作/ 과실

2004.11.21 06:20

박경숙 조회 수:272 추천:16



  과실(果實)



         李  裕情



그의 내부(內部)로 강물 같은 것이 흐른다

강물이 흐르는 변두리에

사랑스런 음성으로 흐르는

바람은 언덕을 넘어

누구의 가슴에서 설레이는가



흐르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다

흐르는 것은 향기로운 내용(內容)

그리하여 흔들리는 내 체중(體重)



달무리 성그런 울타릿가에서

낭자머리 고운 시악씨

이쁜 치마폭에 다사롭게

눈물진 그걸랑

언젠가 화안한 아침 햇살이 돋아날 ㄸ대

시악씨 놀란 눈매 같은 것

아름다운 기약(期約)

그런

설레이는 달무리



강물이 흐르는 광야(曠野)에서

바람은 얼만큼 속도를 더한다

흐느끼는 바람 덩굴어 응석하는

그 마음의 은근한 눈짓으로

시악씨 하얀 가르마

고운 낭자머리

아 그 눈매에 일렁이고

설레면서

치마 가장자리

고운 달무리 되어 돌아간



그 안으로 바람은 얼만큼 자라고 있었을까

바람이 흔들어 주는 나뭇가지에로

설레는 체중(體重)으로 얼렸다

붉어만 가는 수줍음



1959, 사상계







이유정 시인이 사상계 신인 작품상에 응모하여 당선 되였다는 작품이다. 나도

그 후에 발행된 시집에서 이 시를 대하게 되였다 어딘지 모르게 풋풋하고

싱싱한 언어가 막 익어가는 과실처럼 매달려 있는 느낌을 받는다 너무 기교

스럽지 않고 그러면서 틈틈 사람 사는 이야기가 숨어 있고 자연과 삶의 공간을

확인하고 확보하려는 정신적 성장을 볼 수 있다. "설레는 체중으로 얼렸다 / 붉어만

가는 수줍음"이 매달린 모습을 보며 삶은 아름다운 꿈으로 가득하였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이 살며 자기 얼굴이 있듯이 많은 시인들의 시 속에  삶을 대비 시키는

표현의 방법도 무궁하다. 시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마음의 거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유정 시인의 근작 시들과 사뭇 다름도 볼 수 있다  이런 시를 통해

순수를 확인하고 열정을 발견하는 것이 겨울 바람 불어오는 것 만큼 마음의

과실을 익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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