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경 시인作 / 나사.1
2004.11.21 06:29
나사.1
성찬경
길에서 나사를 줍는 버릇이 내게는 있다.
암나사와 숫나사를 줍는 버릇이 있다.
예쁜 암나사와 예쁜 숫나사를 주으면 기분 좋고
재수도 좋다고 느껴지는 버릇이 있다.
쭈그러진 나사라도 상관은 없다.
투박한 나사라도 상관은 없다.
큼직한 숫나사도 쓸 만한 건 물론이다.
나사에 글자나 숫자나 무늬가
음각이나 양각이 돼 있으면 더욱 반갑다.
호주머니에 넣어 집에 가지고 와서
손질하고 기름칠하고
슬슬 돌려서 나사를 나사에 박는다.
그런 쌍이 이젠 한 열 쌍은 된다.
잘난 쌍 못난 쌍이
내게는 다 정든 오브제들이다.
미술품이다.
아니, 차라리 식구 같기도 하다.
나사라는 사물을 주어 암,수 한 쌍을 마추어 가며 시인은 충만한 느낌을
받앗다 어찌보면 아무 쓸모없이 나뒹구는 나사를 주어 주머니에 넣고
혼자 그 나사를 닦고 기름치고 윤기나는 모습에서 애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즐거움이 되고 있다 관심이라는 것은 그 만큼 소중하다 무엇이든
열중하여 관심을 주면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 되고 예술이 된다 예술이란
그 자체의 의미가 창조이다 창조는 새로움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하루 하루가 그 새로움을 향한 마음이 나사처럼 감겨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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