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아 시인作/ 가을 강물 소리는

2004.11.21 06:31

박경숙 조회 수:315 추천:20


가을 강물 소리는


          이   향아



이제는 나도 철이 드나 봅니다, 어머니


가을 강물 소리는 치맛귀를 붙잡고


이대로 그만 가라앉거라, 가라앉거라


타일러 쌓고


소슬한 바람 내 속에서 일어나


모처럼 핏줄도 돌아보게 합니다


함께 살다 흩어지면 사촌이 되고


다시 가다 길을 잃어 남남이 되는,


어머니,


가을 강물 소리에 귀기울이다가


지금은 내왕이 끊긴 일가친척을 생각하게 됩니다


가고 가면 바다가 벼랑처럼 있어


거기 함께 떨어져 만난다고 하지만


죽어서 가는 천당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가을 강물을 보면 문득 용서받고 싶습니다, 어머니.


즐펀히 너브러진 물줄기가 심장으로 고여서


땀으로 눈물로 이슬 맺는 은혜


가을 강가에 서서


나는 모처럼, 과묵한 해그림자 갈대그늘을


따라가면서 잠겨들면서


내 목숨 좁은 길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강물 연가, 나남, 1989>









우리네 삶이  넉넉함이 있으면 뒤돌아 볼 여유가 생긴다 인생 사는 것도



숨가쁘게 자식들 키우고 세월 가는 것 잊고 몸부림 치다가 어느정도



마흔의 나이 중반 전,후에서 잊고 살았던 사람들 생각이 간절 할 때가



있다 시인은 가을 강가에서 가을 볕에 강물이 마르고 강바닦이 까맣게



탄 그런 모습을 보고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강물 속에



비추어진 자신의 그림자 속에 흐르는 세월의 덧없음이 어찌 소리내어  



울고 흐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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