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만 시인作/ 죽음을 위하여

2004.11.21 06:05

박경숙 조회 수:362 추천:16

죽음을 위하여



         박 정만



肝이 점점 무거워 온다.

검푸른 저녁 연기 사라진 하늘 끝으로

오늘은 저승새가 날아와서

하루내 내 울음을 대신 울다 갔다.



오랜 만에 일어나 냉수를 마시고,

한 생각을 잊기 위해 돌아갈 꿈을 꾸고,

그러다가 가슴의 통증을 잊기 위해

요 위에 배를 깔고 주검처럼 납작 엎드리었다.



여봅시오, 여봅시오,

하늘 위의 하늘의 목소리로

누군가 문 밖에서 자꾸만 날 부르는 소리.

혼곤한 잠의 머리맡에

또 저승새가 내려와 우는가보다.



나 죽으면 슬픈 꿈을 하나 가지리.

저기 저 끝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애간장 다 녹아나서

흐르고 흘러도 언제가 은빛 기러기가 되는 곳,

그곳에서 반짝이는 홍역 같은 사랑을.



아픔이 너무 깊어 또 눈을 뜬다.

아무도 없는 방에

누군지 알 수 없는 흰 이마가 떠오르고

돌멩이 같은 것이 자꾸 가라앉는다



어서 오렴, 나의 사랑아.

신열 복숭아 꽃잎처럼 온몸에 피어올라

밤새 헛소리에 시달릴 때도,

오동잎 그늘 아래

찬 기러?꽃등처럼 떠날 때에도

분홍빛 너의 베개 끌어안듯 기다리었다.



한세상 살다보니 病도 흩적삼 같다.





1989년 발행" 해 지는 쪽으로 가고 싶다" 시집에서





이 시도 병상에서 느낀 시인의 가슴타는 절규가 피끌듯 끌어오르는 시다 눈감으면

저승 사자가 눈에 선하게 돌멩이를 잡고 내리치는 병고의 고통과 싸우며  신열로 달아

오른 몸둥어리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얼마나 뜨거웠겠는가. 나는 시인의 시집을

몇 권 읽고 이 詩 " 죽음을 위하여"라는 시는 시인의 유언과 같은 시가 아닌가 생각

한다 시인은 병석에서도 많은 많은 시를 썼다 그만큼 삶에 대한 투철한 저항을 통해

서정적 의식의 깨어 있음을 보이려고 절규한 시인이다 삶이 어디에 돌달하든 시인이

어디에 살아가든 홑적삼 같은 세월 앞에는 다 벗고 갈 수 밖에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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