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시인作/ 농담
2004.11.21 06:07
농 담
이 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1999년 "동서문학 가을호"
내가 이 시를 접한 것은 LA 판 중앙일보였다. 나는 그 신문을 오려 내 노트에
접어 놓고 몇 달이 지나 다시 이 시를 접하고 보니 농담 한 마디가 주는 아픈
상처에 대한 일상의 말하기가 얼마나 소중하여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일반
사람은 농담이라 하여 쉽고 아무 꺼리낌 없이 하는 말이지만 그 농담에
상처를 받는 사람은 마치 종소리가 멀리 나가기 위해 자신의 가슴을 더 강하게
내려쳐야 큰 소리를 울릴 수 있는 이치를 시인은 말하고 있다 농담은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는 말이 되도록 하면서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하는 생각을
이 詩를 읽으면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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