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그리워/존 메이스필드

2005.02.15 05:41

박경숙 조회 수:522 추천:31

바다가 그리워/존 메이스필드



   나는 바다로 가야지, 쓸쓸한
   바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서,
   내 오직 원하는 것, 돛대 높직한
   배 한 척과 방향을 가려줄 별 하나,
   타륜의 돌아가는 충격,
   바람의 노래, 펄럭이는 흰 돛폭,
   해면을 뒤덮는 잿빛 안개, 훤히 트여
   오는 새벽 하늘만 있으면 그만이어라.

   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지, 흐르는
   조수가 부르는 소리;
   거역치 못할 난폭한 소리, 분명히
   날 부르는 소리를 따라,
   내 오직 원하는 것, 흰 구름 날리는
   바람 부는 날씨와 튕기는 물보라,
   날리는 물거품, 울부짖는 갈매기만
   있으면 그만이어라.

   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지, 정처없이
   떠도는 짚시의 생활을 찾아
   칼날 같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그 바다,
   갈매기와 고래의 길을 찾아가야지;
   내 오직 원하는 것, 껄껄거리는 친구
   녀석의 신나는 이야기와
   오랜 노동 끝난 뒤의 고요한 수면과
   달콤한 꿈만 있으면 그만이어라.

                     -全文-

  
* 이 시는 널리 알려진 존 메이스필드(영국 John Masefield 1878-1967)의 많은 해양시 중 하나다. 그는 열세 살 무렵부터 해양 생활을 시작하여 각지를 편력했다고 한다. 이 시는 생활이 작품 안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를 보여주는 한 예가 됨직하다.시와 생활과는 결코 무관하지 않다. 보고 들어온 모든 환경은 생각을 이끄는 배경이며, 그 생각의 표현에 있어서 매개의 역할을 한다. 존 메이스필드도 오랜 해양 생활이 없었다면 이 시를 쓰지 못했을 것이다. 환경은 모든 이에게 체험의 문을 열어 놓는다. 그리고 체험은 생활에서 얻어지는 사유의 골격이며, 그 사유에서 빚어진 언어야말로 한 순간에 지어서 쓸 수 없는 내면의 육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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