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보고 싶다 / 이상국 시인

2006.02.16 05:09

박경숙 조회 수:779 추천:51

아버지가 보고 싶다             이상국 자다깨면 어떤 날은 방구석에서 소 같은 어둠이 내려다보기도 하는데 나는 잠든 아이들 얼굴에 볼을 비벼보다가 공연히 슬퍼지기도 한다 그런 날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들에서 돌아오는 당신의 모자나 옷을 받아들면 거기서 나던 땀내음 같은 것 그게 아버지 생의 냄새였다면 지금 내게선 무슨 냄새가 나는지 나는 농토가 없다 고작 생각을 내다팔거나 소작의 품을 팔고 돌아오는 저녁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나는 아버지의 농사를 생각한다 그는 곡식이든 짐승이든 늘 뭔가 심고 거두며 살았는데 나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아버지가 보고 싶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창비. 2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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