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보고 싶다 / 이상국 시인
2006.02.16 05:09
아버지가 보고 싶다
이상국
자다깨면
어떤 날은 방구석에서
소 같은 어둠이 내려다보기도 하는데
나는 잠든 아이들 얼굴에 볼을 비벼보다가
공연히 슬퍼지기도 한다
그런 날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들에서 돌아오는 당신의
모자나 옷을 받아들면
거기서 나던 땀내음 같은 것
그게 아버지 생의 냄새였다면
지금 내게선 무슨 냄새가 나는지
나는 농토가 없다
고작 생각을 내다팔거나
소작의 품을 팔고 돌아오는 저녁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나는 아버지의 농사를 생각한다
그는 곡식이든 짐승이든
늘 뭔가 심고 거두며 살았는데
나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아버지가 보고 싶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창비. 2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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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